지난해 10월 27일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는 남양유업 중앙연구소 한 직원의 질의가 올라왔다. 농식품부는 11월 2일,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물질은 사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당시 우유업계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든 사료를 매일유업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해당 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같은 달 18일 이 사료를 먹은 젖소에서 짠 원유로 만든 유아 및 어린이용 DHA 우유 ‘앱솔루트W’를 시장에 내놓은 상태였다.
농식품부는 매일유업에 포름알데히드가 든 사료를 사용하는지 문의했고 매일유업은 이를 인정했다. 해당 사료는 호주 내추럴사가 생산한 제품으로, 젖소가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인 DHA를 많이 포함한 우유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사료를 사용하면 우유 100mL당 DHA가 2.5mL가량 나오는 데 비해 해당 사료를 사용하면 우유 100mL당 DHA가 6배 이상 많은 16mL가 나온다는 것이다. ○ 농식품부, “해당 사료 사용 중지하라”
매일유업은 지난해 11월 23일 농식품부 담당자를 만나 “젖소가 해당 사료를 먹어도 포름알데히드는 배설물로 다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포름알데히드가 ‘사료관리법’이 정한 위해사료 범위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강한 만큼 해당 사료를 사용하는 것은 국내 우유업계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처음으로 매일유업에 해당 사료 사용을 중지하라고 권고했다. 매일유업은 이를 수긍하면서도 “해당 사료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대체 사료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권고를 곧바로 이행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이후 구두로 3, 4차례 더 매일유업에 “하루라도 빨리 해당 사료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매일유업은 올해 4월 25일 해당 사료 사용을 중지했고, 4월 26일 관련 우유 제품인 ‘앱솔루트W’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틀 후인 4월 28일 매일유업이 포름알데히드 사료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 매일유업 vs 경쟁업체 치열한 혈투
매일유업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체 검사 결과, 문제가 된 ‘앱솔루트W’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0.03∼0.04ppm이 검출됐는데, 이는 자연 상태의 우유에서 검출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매일유업은 자신들이 경쟁업체들의 우유를 검사한 결과 비슷한 양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며 이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1989년과 200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 상태 식품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 수치는 사과 17.3ppm, 양배추 4.7ppm, 신선우유 0.013∼0.057ppm(평균 0.027ppm), 가공우유 0.075∼0.255ppm(평균 0.164ppm) 등이었다.
매일유업은 “경쟁업체 역시 내추럴사의 해당 제품을 사용하려고 문의했었다”며 해당업체 연구소 직원이 내추럴사에 보낸 e메일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그 경쟁업체는 “매일유업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며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며 매일유업을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업체는 “국내 사료 업체는 호주 등 외국과 달리 포름알데히드를 재료로 쓰지 않는다. 우리는 국내 사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괘씸죄 의혹도 제기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악재가 연달아 터지자 매일유업이 농식품부에 반발해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는 추정이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3월 농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매일유업이 생산한 분유 ‘앱솔루트 프리미엄명작 플러스2’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매일유업은 건국대 수의대 등 외부기관 11곳에 검사를 의뢰했다. 매일유업은 “외부기관 검사 결과 전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수의과학검역원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부 산하기관의 발표에 반발하고 직접 검사에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의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름알데히드 사료에 대해서는 언론사에서 이미 모든 사실을 안 상태에서 확인해 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이 수의과학검역원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자 농식품부가 작정하고 포름알데히드 사료 사용건을 외부로 흘렸다는 설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유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큰데 매일유업 하나 때리자고 정부가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감사가 나오면 모두 죽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포름알데히드 얼마나 유해한가 ▼ 폐 흡입땐 호흡곤란 유발… 음식통해 먹으면 영향 미미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예방정책국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자극적인 냄새를 지닌 무색 기체로 호흡 곤란, 기억력 상실 등을 유발하며 신장 기능에 해를 입힌다.
포름알데히드는 주택 단열재 우레아포름 같은 합성수지 포장재에서 많이 발생하고 천연가스와 석유를 태울 때도 나온다.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이기도 하다. 농업 분야에서는 미생물을 없애는 살균제, 소독제 등으로 쓰인다. 젖소 사료에 포름알데히드를 쓴 것도 미생물 성장을 억제해 보존 기간을 늘리려는 목적에서다.
포름알데히드가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폐를 통해 흡입했을 때다.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어느 정도 유해한지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았다.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는 “포름알데히드는 폐로 들어오면 인체에 직접적인 독성을 발휘하지만 음식을 통해 먹으면 장에서 1차로 거르고 간이 해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포름알데히드를 물에 녹인 포르말린을 마시는 게 아닌 이상 식품을 통한 미량 섭취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
식초, 포도주 등 많은 발효식품에서 포름알데히드는 자연 발생한다. 신 교수는 “자연 발생한 화학물질은 인체에 해를 끼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기준을 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국가가 그렇고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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