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엄마 아빠, 선물 주실거죠!” 중학생도 어린이날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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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5월5일 어린이날, 중학생은 서럽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노는 초등생 동생이 마냥 부럽다. 1학기 중간고사를 위해 눈 빠지게 공부했지만, 뭣하랴.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와 달콤한 ‘어린이날 선물’을 받을 것이라 상상했거늘…. 부모님은 싸늘했다.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어린이날 선물은 안준다.”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직 전 어린이라고요.’ 바로 지금 중학생들은 누구보다 예쁜 아들, 귀여운 딸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이미 갖고 싶은 선물 목록을 적어둔 중학생들은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 위해 충분한 ‘밑밥’을 깔아놓는 것. 재기발랄한 중학생들의 ‘어린이날 선물 받기 대작전’을 살펴보자.》
●애교만으로는 안 된다. 성실모드 돌입!


중학생이 가장 받고픈 어린이날 선물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값비싸고 학습에도 부담될 것 같은 스마트폰, 어떤 부모가 선뜻 사주겠는가.

중학생이 된 후 어린이날 선물을 받아본 적 없는 서울 S중학교 3학년 심모 군(15). 올해 초 같은 반 친구가 멋진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걸 본 순간, 그 위용에 사로잡혔다.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재미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받을 수 있다니…. 그는 어린이날을 이용해 꼭 스마트폰을 받고 말겠다고 작심했다.

중학교 진학 후 심 군은 어머니와 함께 성적 향상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선물을 받았다. 예를 들어 전교등수를 10등 올리면 가지고 싶었던 신발이나 게임CD를 받은 것. 하지만 이번 중간고사는 성적 향상에 따른 선물을 정하지 않았다. 왜일까?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하면 혼나요. 쉽게 허락해 주시지 않죠. 우선 점수부터 따야 했어요. ‘상품 걸지 않고 진지하게 공부해보겠다. 그 대신 어린이날 선물을 달라’고 말씀드렸죠.”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전에는 수첩에만 적어뒀던 시험 계획표를 컴퓨터로 인쇄해 뽑아 책상 앞에 붙였다.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건 기본. 침대위에 빽빽한 필기를 펼쳐두고 잠드는 건 ‘옵션’이었다. 틈틈이 “공부가 정말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면 어머니의 감동은 배가 됐다.

심 군은 이 기회에 성적도 올리고 어머니 마음도 사로잡을 계획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맞아 친척들이 모일 때를 노리고 있다. 심 군은 “친척들 앞에서 훌쩍 오른 성적을 자랑하고 ‘학습에 도움 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노력해온 모습, 오른 성적에 친척의 칭찬이 더해지면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사 주실 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눈치작전’으로 선물을 노려라!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중학생들은 누구보다 예쁜 아들, 귀여운 딸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 위해 중학생들은 성적을 올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다채로운 애교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중학생들은 누구보다 예쁜 아들, 귀여운 딸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 위해 중학생들은 성적을 올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다채로운 애교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4월 말, 경기 용인시 한 중학교 2학년 김모 군(14)은 부모님과 아침식사를 하다가 슬쩍 말했다. “친구가 가져온 카드게임을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숫자게임, 경영게임인데 수학공부에도 도움 되는 것 같고….”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선물이 뚝 끊겼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 군. 당일에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학교에 가보니 선물이나 용돈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속속 등장했다. 올해는 꼭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로 결심한 김 군. 목표는? 최근 학교를 강타한 보드게임 세트.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꺼내놓으면 단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만점이 되는 ‘잇 아이템’이다.

선물을 받기 위해 김 군은 4월 말부터 ‘수다 폭탄’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 옆에 꼭 붙어 앉았다. 관심도 없지만 드라마 내용에 맞장구를 쳤다. 어머니와 함께 쓰레기를 치우면서 이야기도 나눴다. “우리 반은 반장이 더 떠들어” “수학 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라는 사소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드게임이 인기야. 우리 반에서 나 빼고 다 갖고 있어” “누구는 아직 어린이날에 선물 받는대”라며 슬며시 말을 꺼냈다.

“가끔 보드게임 이야기를 꺼내면 어머니는 ‘그러니? 그거 얼마나 하니?’라고 물어 와요. 아, 긍정적인 신호에요.”

경기 화성시의 한 중학교 1학년 최모 군(13)은 ‘단도직입’형이다. 그는 어버이날도 되기 전 카네이션을 색종이로 접어 전달할 계획이다. 애교만점 쪽지도 덧붙일 예정. 쪽지 내용은 이렇다. ‘아빠, 엄마!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어버이날에는 더 멋진 선물 드릴게요. 저도 어린이날 선물 주실 거죠? 책도 읽고 영화도 볼 수 있는 문화상품권 주세요. 사랑해요∼.♡’ 최 군, 왜 이리 급한 걸까? 속내를 들어보자.

“요새 최고 인기선물은 문화상품권이에요. 온라인 게임 유료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거든요. 지금 정말 필요한 아이템이 있어 꼭 결제를 해야 해요. 어버이날 선물이요? 아직 결정 못했는데….”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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