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의무교육’ 전문가 찬반 의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2009년 11월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발표했다. 의무교육이 1년 늘어나는 만큼 육아부담이 줄어든다는 것. 하지만 학습연령만 앞당기고 과잉교육의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란 반발도 심했다. 이번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활용한 ‘만 5세아 무상교육·보육’ 절충안이 나온 배경이다. 이 절충안으로 그간의 논의를 봉합할 수 있을까. 논의의 뿌리에 자리한 만 5세아 의무교육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론을 들어봤다. 》
■ 이래서 찬성/ 신은수 덕성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체계화된 유아교육 정부의지 보여줘… OECD 대부분 3∼5세 완전 무상교육”


만 5세 어린이를 위해 의무교육에 준하는 교육체제를 도입하는 정책은 매우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대부분 3∼5세 어린이에게 완전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점에서 그동안 미흡했던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유아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 사교육 시장이 난립하는 데 한몫했다. 학부모가 영어유치원 등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고가의 사설학원에 휘둘리는 현상도 정부가 유아교육 과정을 관리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미취학 아동의 사교육 실태를 조사했을 때 99%가 사교육에 참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열의가 좋은 방향으로 선회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어릴 때부터 양질의 교사에게 체계화된 교육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사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업성취도도 높다는 연구가 많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가 성인기에 16배의 효과로 나타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교육과정과 교원이다. 정부는 재정지원을 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교원의 자격도 일정 수준을 갖추도록 기준을 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리감독을 일원화해야 한다.
■ 이래서 반대/ 정미라 경원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충분한 준비 없이 학습연령 낮추기… 사교육비 지출시기만 앞당기게 될 것”


만 5세 아동의 의무교육은 아동이나 부모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취학 연령을 낮추면 인지 능력 발달이 충분하지 않은 유아들이 초등학교와 유사한 사회생활을 미리 익혀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유아교육은 아동의 지능 및 사회적 성숙을 위해 놀이를 통해 교육을 실시하는 반면 초등학교부터는 교과서가 교육의 기본 도구가 된다. 이 때문에 교육의 목표와 철학도 달랐다. 유아교육을 초등학교처럼 의무화하려면 교육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가 제시한 일정 수준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동은 일찌감치부터 학습 부진아가 되고, 그 부모는 사회에서 의무소홀 또는 방기자라는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인지 능력이 뛰어난 아동들 사이에서도 초등학교 교육에 대비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난다. 결국 가정에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시기를 앞당길 뿐이다.

지금 유아교육은 시장 원리에 따라 서비스와 품질이 관리되고 있다. 교육기관에 따라서도 편차가 심하다. 이런 편차가 해소되기 전에 유아교육을 의무화하면 심각한 교육 불균형이 초래된다.

국가가 만 5세 아동에 대해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가는 유아를 위해 인프라를 제공하되 선택은 학부모에게 맡겨야 한다. 또 만 5세 공통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기존에 만들어진 초등 1, 2학년 과정을 유아교육에 끌어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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