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중 퍼포먼스 ‘레인보 드롭스’ 참여 시민 리허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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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30m상공 ‘48人그물꽃’ 피었습니다
■ 국내 최초… 오늘 개막 ‘하이서울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한밤의 ‘공중곡예’. 3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 위에서 인간
그물 공연 ‘레인보 드롭스’ 리허설이 진행됐다. 이 공연은 5일 개막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하이라이트로 서울시민 48명이 참여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한밤의 ‘공중곡예’. 3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 위에서 인간 그물 공연 ‘레인보 드롭스’ 리허설이 진행됐다. 이 공연은 5일 개막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하이라이트로 서울시민 48명이 참여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우아, 저게 뭐야?”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었다. 한강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늘 위로 사람들이 솟구치자 “어…” 하며 입을 벌렸다. 3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나루역 앞 한강시민공원. 평온한 퇴근길 여의도를 놀라게 한 것은 공중에 떠 있던 48명의 사람들.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 이들은 한 줄에 5, 6명씩 8개 줄에 매달렸다. 200t짜리 크레인은 이들을 지상으로부터 30m 위로 올렸다. 이어 5096m²(약 1541평) 넓이의 공연장을 휘휘 날았다. 이들이 팔과 다리를 별 모양으로 쫙 펴며 벌집 모양을 만들 때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쳐다봤다. 5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시 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하이라이트 ‘레인보 드롭스’ 리허설 현장은 ‘아찔함’ 그 자체였다.

○ “하늘을 날고 싶었어요”

레인보 드롭스는 스페인 공연단체 ‘라 푸라 델스 바우스’가 만든 공중 퍼포먼스로 국내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단으로 공중에 매달려 웅크리기와 뻗기 등 여러 가지 몸짓을 함께 표현하는 것이 공연의 주 내용이다. 48명이 함께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웅장한 서커스를 연상케 한다. 한편으로는 기하학적인 건축물을 떠올리게 한다.

지상에서 30m 위에 올라가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평범한 서울 시민이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시는 공연에 참가할 50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고 곧바로 신청자들이 몰렸다. 참가 조건은 단 한 가지. ‘키 175cm 이하, 몸무게 70kg 이하’였다.

1차 리허설이 시작되자 이들은 실제 공연 높이 30m의 절반인 15m 상공으로 올라갔다. “악” “오오” 하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추락에 대비해 쿠션을 깔아놓지도 않았고 안전모도 쓰지 않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기에 무서움은 배로 커졌다. 결국 고소공포증이 있는 두 명의 참가자가 “못하겠다”며 도중하차했다. 하지만 나머지 48명은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맞춰 다양한 몸동작을 표현했다. 1차 리허설을 무사히 마친 이들이 “해냈다”며 환호하자 공연 연출을 맡은 미키 에스푸마 감독(52)이 “실제는 더 무섭다. 장난이 아니다”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진짜 할 수 있겠느냐”는 그의 말에 48명은 한목소리로 “오케이”라 외쳤다. 실제 공연이 열리는 5일에는 2명이 충원돼 총 50명이 무대에 선다.

○ 아티스트가 된 시민


30m 상공 위에서 공연을 하는 ‘겁 없는’ 시민은 각양각색이었다. 10대 학생부터 30대 회사원까지 나이나 직업도 다양했다. 하지만 모두 ‘도전’이라는 공통된 뜻을 품고 있었다. 대학생 김덕근 씨(19)는 키가 184cm여서 지원 자격도 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참가 의지를 밝혀 특별히 뽑혔다. 그는 일반 대학에 진학해서 평범하게 살길 원하는 부모님 뜻을 따르지 않고 올해 한국예술원 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는 “무엇이든 도전하며 능동적으로 사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이 공연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조중권 씨(24)는 2년 전 의경 시절 하이서울페스티벌 안전 요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고소공포증도 극복하고 사람들도 사귀면서 스스로 세워놓은 한계점을 없애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고령 참가자인 발레 강사 조윤희(가명·35) 씨는 발레 강의를 한 달 동안 쉴 정도로 공연 참가에 열의를 보였다. 그는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무엇보다 자녀에게 적극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족 몰래 참가했다”고 귀띔했다.

레인보 드롭스 외에 5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합동 타악 공연 ‘서울난장’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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