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0시 15분경 회사원 박모 씨(44)가 타고 있던 KTX 제173열차는 경북 김천·구미역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서울에서 일을 마친 뒤 동료와 술을 많이 마셨던 박 씨는 속이 거북해 잠시 바람을 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객차와 객차 사이 통로에 나간 박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비상시에만 작동시키는 출입문 레버였다. 만취 상태였던 그는 ‘달리는 열차에서 문이 열릴까’라는 호기심에 비상 레버를 잡아당겼다. 곧바로 6호차 출입문이 덜컹거리면서 열렸고 문틈 사이로 강한 바람이 KTX 내부로 불어닥쳤다. 이 때문에 시속 300km로 달리던 열차가 흔들리면서 승객들이 크게 동요했다. 기관사와 승무원들도 6호차에 비상을 알리는 빨간색 등이 켜지면서 또다시 열차 사고가 일어난 줄 알고 당황했다. KTX는 약 8분간 문이 열린 채 달렸다. 이후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달려온 승무원들이 열차 문을 닫았지만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계속된 KTX 사고 때문에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며 “승객들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방철도경찰대는 박 씨를 열차 운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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