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과 축구경기때 ‘현수막 시위’ 전세계 알려져…
이란 정부 관계자 거센 항의… 법원 “기독교 개종… 박해우려”
2009년 6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대 이란 경기에서 이란인 K 씨(오른쪽)가 이란 대통령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DB
법원이 2009년 6월 한국과 이란의 축구경기 도중 반이란 정부 시위를 벌인 이란인 K 씨(28)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였다.
K 씨가 한국에 온 것은 2009년 4월.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이슬람교를 믿었지만 자신의 종교가 남녀관계 등에서 너무 차별적이라는 생각에 점차 반감을 갖게 됐다. K 씨는 1999년부터 가라테를 하면서 만난 기독교인 스승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에 심취했고 2008년 기독교로 개종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슬람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곳. 기독교로 개종하면 최고 사형까지 당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스승과 함께 이란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2009년 4월 마침 스승과 자신을 초청한 한국 검도단체의 도움으로 한국에 왔다. 이후에는 국내의 한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했다.
같은 해 6월 이란에서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K 씨는 같은 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축구경기 도중 시위로 희생된 이란 시민의 사진과 ‘Free Iran(이란에 자유를)’이라고 적힌 현수막 등을 번갈아 가며 들고 시위를 벌였다. 당시 그를 포함한 이란인들의 시위는 로이터뉴스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이란 대표팀과 동행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증거 확보를 위해 사진도 찍었다.
K 씨는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했지만 한 달 뒤인 2009년 7월 기각당했다.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지난해 9월 법무부를 상대로 난민인정불허 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K 씨가 이란 정부의 주목을 받을 만한 반정부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인형)는 지난달 29일 K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슬람가문에서 태어난 K 씨에게 ‘개종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고 기독교 개종자들에 대한 이란 정부의 박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그의 행동을 기록했고 언론 매체가 그의 시위를 보도한 점을 고려하면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난민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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