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미래로… 2011 대학 탐방]부경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부산수산대+공업대 통합 15년… 수산-해양과학 국책연구 휩쓸어

부경대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개발한 슈퍼미꾸라지. 아래에 있는 일반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큰다. 부경대 제공
부경대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개발한 슈퍼미꾸라지. 아래에 있는 일반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큰다. 부경대 제공

1996년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통합해 출범한 국립 부경대. 요즘이야 정부 정책에 따라 국립대 간 통폐합이 적극 추진되고 있지만 당시로선 흔치 않았는데, 부경대는 4년제 국립대끼리 자발적으로 통합한 선두 주자였다. 그 어렵다는 통합을 외부 도움 없이 이뤄낸 성공 사례다.

통합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부경대엔 시너지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통합 이전 두 대학의 특성화 분야이던 수산, 공학 분야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특히 바다와 관련된 웬만한 국책사업은 부경대가 휩쓸고 있다. 다른 대학은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프리카 수산 관련 공무원들은 부경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지구환경·에너지, 해양수산, 나노·바이오 분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맹언 부경대 총장은 “해양, 수산 분야는 학문의 샘”이라며 “다른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특성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경대는 국책사업을 바탕으로 여러 연구사업에서 융합형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 바다에서 길을 찾아


부경대는 바다에서 성장 해법을 찾았다. 해양수도인 부산 특성에 맞고 세계적인 차세대 사업의 핵심이 바다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랬더니 국책사업이 부경대 쪽으로 몰려왔다. 그 핵심에 ‘발광다이오드(LED) 해양 융합기술 연구개발 사업’이 있다. 국내에 하나뿐인 해양LED 특화센터가 이 대학에 있다. LED 산업은 선박용 조명, 부표등, 집어등, 항만물류, 해양도시 조명 등에 사용되는 녹색성장 산업. 2015년까지 393억 원을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인근 한국해양대, 한국광기술원, 한국조명연구원, 한국생산기술원과 부산지역 26개 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경대는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연안 20개국 수산 공무원들을 위한 국제수산과학협동과정을 개설했다. 부경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여러 나라 수산 관련 공무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부경대 제공
부경대는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연안 20개국 수산 공무원들을 위한 국제수산과학협동과정을 개설했다. 부경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여러 나라 수산 관련 공무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부경대 제공
역시 국책사업단인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의 성과도 대단하다. 해양 바이오 분야 원천 및 응용기술 개발을 위해 국가가 연구를 맡겼다. 지금까지 면역작용, 항고혈압, 항균, 노화방지 효과 등 생리기능성 물질인 세계 최초 키토산 올리고당을 개발해 1000억 원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최근 6년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200편, 특허 132건을 냈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국내 최초 기관인 해양수산 LMO 위해성 평가기관(단장 김동수)도 부경대에 있다. 국내 기업이 수산 관련 LMO를 국내외에 유통하기 위해선 부경대 평가를 받아야 된다. 이곳에선 국내 처음으로 형광 바다 송사리를 발명하기도 했다. 또 1997년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일반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크는 슈퍼미꾸라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김 단장은 미국 형질전환어류 관련 등록 특허 가운데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 세계 최고 학자이다.

부산의 주요 산업인 신발산업도 바다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해양레포츠웨어사업단은 2009년부터 신발진흥센터, 부산디자인센터 등 9개 기관과 함께 해양 레포츠 관련 제품 개발에 나섰다. 지식경제부가 지원을 계속한다. 사업단은 부산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식경제부 표창도 받았다.

주요 연안에 있는 개발도상국에 불고 있는 ‘수산한류(水産韓流)’ 열풍도 부경대가 주도한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방글라데시 이란 등 연안 20개국 공무원들이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에 개설된 국제수산과학협동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해당 정부에서 수산 정책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어업, 양식, 가공, 해양바이오, 경영, 국제수산법 등 수산학문을 비롯해 부경대 실습선박에서 수산생물 생태계 연구, 어업활동 등 현장실습도 받는다.

○ 사람이 대학의 힘


부경대는 바다에서뿐만 아니라 공학 분야를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대형 국책사업을 펼치고 있다.

수송기계 안전편의 융합부품소재 인재양성센터는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기계, 전자, 제어, 정보기술(IT) 관련 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원자력 부품소재 인력양성센터는 원자력 부품소재 전문가를 키워내는 부산 최초의 기관이다. 대학 측은 인근에 고리, 신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데다 원자력발전소 건설보다 부품소재 개발에 핵심 인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이 센터 역시 학제 간 융복합트랙으로 기계공학과 등 공대 8개 학과가 참여한다. 지역 23개 기업도 참여해 ‘1인 1사 고용 예약형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지역 환경기술개발센터는 환경부 지정 지역센터 17호로 설립됐다. 이 센터는 지난해 11개 연구 과제를 따낸 것을 비롯해 환경교육 83회, 기업체 기술지원 31건, 환경산업현장 인턴십 33명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지난해 종합우수센터, 2009년 최우수센터로 선정됐다.

동남권 최초로 문을 연 기술경영(MOT)대학원 역시 융합형 고급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동남광역 경제권 기업 수요에 맞게 맞춤형 기술경영 전문 인력을 키우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앞으로 4년간 연간 최대 4억 원을 지원한다. 사업이 끝나면 평가 결과에 따라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 연간 최대 15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부경대는 침체된 해외 자원개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 사업은 국내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석유탐사 전문연구실을 운영하는 등 에너지 자원 탐사에 독보적 연구 역량을 갖춘 이 대학 에너지자원공학과가 주관한다. 자원지질학, 지구물리탐사, 석유공학, 시추공학, 미래에너지자원 개발공학 등 45학점을 개설해 지식경제부 지원을 받고 있다.
:: 부경대는 ::
대연-용당캠퍼스 2만8000명


1924년 설립된 부산공업대와 1941년 문을 연 부산수산대가 1996년 통합한 국립대.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캠퍼스(35만9509m²·약 10만8000평)와 인근 용당동 용당캠퍼스(32만3864m²·약 9만8000평)로 이뤄져 있다. 인문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경영대 공과대 수산과학대 환경해양대 등 6개 단과대학과 일반대학원 및 특수대학원 4개가 있다. 재학생은 2만8000여 명. 교수는 573명이 재직하고 있다.
▼ 박맹언 총장 “교육-연구 24시간 가능한 산학협력 캠퍼스 만들 것” ▼


부경대 박맹언 총장(사진)은 “해양 수도 부산의 지리적 특성을 우리 대학만이 가진 특성화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며 “수산 및 해양 분야는 다른 대학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우리 대학이 독보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립대 최상위권 국책사업 수주, 국립대 최고 취업률(지난해 건강보험 가입 기준) 등은 부경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특성화 국책사업이 많은데….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통합한 대학이다. 수산, 해양과 공학 분야가 특화될 수밖에 없다. 부경대만큼 바다를 깊이 있게 연구한 곳은 없다. 해양·발광다이오드(LED), 해양수산 유전자변형생물체(LMO), 해양바이오, 해양레포츠 등 국책사업은 우리 대학만 진행하는 사업이다.”

―부경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에코버시티란….

“국책사업 대부분이 녹색성장 사업과 관련이 있다. 부경대가 환경 분야에 강하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지구환경, 생명, 세계평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에코버시티(ECO-versity·에코와 대학의 합성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바다 생명 가꾸기, 환경동아리 활동, 캠퍼스 담장 허물기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엔 자전거 타기 좋은 대학으로 선정됐다.”

―아프리카 수산 새마을 운동이 눈길을 끈다.

“2007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벌이는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이다. 최근 4년간 아프리카 21개국 수산 관련 공무원 117명이 부경대에서 수산해양 기술 연수를 받았다. 브라질, 필리핀,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연수 예약도 밀려 있다. 수산분야 ‘한류 열풍’ 수준이다. 어업, 양식, 가공, 해양 바이오 등 첨단 수산해양 학문을 한곳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은 우리 대학뿐이다. 지방 국립대가 한국형 수산기반 발전모델을 아프리카에 전수시켜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국책사업을 부산발전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경대에는 대연, 용당 2개 캠퍼스가 있다. 이 가운데 용당캠퍼스를 산학협력 중심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LED센터, 해양수산LMO 위해성 평가기관,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 사업단, 한국정보통신연구원 연구개발(R&D)센터가 들어서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전도 추진한다. 교수, 학생, 국책연구기관, 기업이 같은 곳에서 교육과 연구를 24시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융합 단지로 구축할 것이다. 곧 미국 실리콘밸리나 노키아를 탄생시킨 핀란드 오울루 산학산업단지 같은 곳이 된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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