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편향 내용, 내년에라도 개정”…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委 이배용 위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내년부터 한국사가 고교 필수과목으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사 교육과정 개발을 맡은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이배용 위원장(사진)이 “한국사 수업시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수업시수를 유지하면서 한국사를 필수로 해봐야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사 수업시수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사회 교과에서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다른 사회 교과의 수업시수를 축소할 개연성이 커 관련 학계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화 이후의 과제는 뭔가.

“무엇보다 수업시수를 확보하는 문제다. 7차 교육과정 이전에 국사 수업시수는 102시간이었는데 지금은 85시간으로 줄었다. 새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어 다양하고 재미있는 역사교육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85시간이라는 제한을 벗어나려면 국사가 사회 교과에서 독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사 필수화 선언이 실질적으로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교과서가 편향적이란 지적이 많다.

“근현대사에도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 내용을 많이 넣어야 한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 등에도 우리가 어려움을 이겨낸 역사가 있다. 동아일보가 지적했던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그림이나 북한에 치우친 긍정론 등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가 자학만 하면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새 교과서가 나오는 2013년 전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로 배워야 한다.

“한국사 필수화 첫해인 내년이 문제다. 추진위에서 새 교과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올해 중에 검토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내년에는 부분적으로 개정할 수도 있다.”

―새 교과서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나.

“우선 결정된 것은 중학교는 왕조 정치사 중심으로 하지만 역사 현장을 찾아 생생하게 체험하는 내용 위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재미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고등학교는 근현대사 비중을 늘리지만 고대로부터 맥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사회사 정치사 문화사 등을 따로 서술하는 분류사 형태는 지양하기로 했고 시대순으로 한꺼번에 보여준다. 팀별로 동영상을 만드는 것처럼 협력 학습하는 내용을 확대할 것이다. 추진위가 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집필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타 사회 교과의 반발도 적지 않다.

“한국사가 필수가 됐다고 타 사회 교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과목의 우수성을 따지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일제가 금지했던 게 국어와 국사인데, 이 과목에는 한국인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어는 필수로 해도 아무 이견이 없지 않은가. 국사도 국어와 마찬가지로 독립 교과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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