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8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5000억 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의 일부가 해외의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흘러들어간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국내 투자 명목으로 다시 들어와 대주주의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은행은 대주주들의 지시로 캄보디아 신도시와 공항, 고속도로 등의 건설사업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5227억 원을 투자해 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투자금 수백억 원이 사업컨설팅비나 검수료 명목으로 조세피난처 등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5, 6곳에 흘러들어간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로선 빼돌려진 자금을 수백억 원 규모로 보고 있지만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대주주들이 해외에 은닉한 비자금 규모는 더 불어날 수도 있다.
특히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캄보디아 프놈펜 ‘캄코시티’ 개발사업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4곳에 2984억 원을 투자한 과정이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대주주들은 L사에 765억 원, M사에 216억 원, 또 다른 M사에 1186억 원, C사에 817억 원을 각각 빌려줬으며 이 돈의 대부분이 다시 L사로 모아졌다가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W사와 또 다른 L사로 나가는 등 복잡한 경로를 거쳤다는 것. 이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일부 자금을 빼돌리거나 대규모 부동산을 샀다가 되파는 방법으로 자금세탁을 거쳤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해외 공조수사 등을 통해 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1일 7조 원대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등 대주주와 주요 임원 21명을 기소했지만 이 중 횡령 혐의는 박 회장이 저지른 44억5000만 원만 포함됐다. ▼ 부산저축銀 검사 금감원 직원 30명… 중수부, 금주 소환 ▼
검찰은 대주주들이 감춰 둔 ‘해외 비자금 저수지’가 드러나면 이들을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은닉재산 환수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은 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마리도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검사에 관여한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서비스국(현 저축은행검사1·2국) 산하 검사역 30여 명을 불러 부실검사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이 2009∼2010년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해 20차례의 정기 및 부문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유착관계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09년 검사반장으로 부산저축은행 검사업무를
총괄한 이모 팀장은 감사원으로부터 문책 요구를 받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이 2400억 원대의 대출에 대한 자산건전성을 부당하게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았고 PF 대출이 사실상 대주주가 경영하는 SPC로 넘어간 사실을 확인하고도 묵인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와 비슷한 부실검사 사례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7조 원대의 금융비리를 묵인하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직원에게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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