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묻지마 투자’ 현장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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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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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짜리 납골당에 1000억 펑펑


‘아파트 쇼핑몰 골프장부터 납골당 선박 공항 주식 투자에 이어 해외 신도시 개발까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임직원이나 지인 명의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불법대출로 추진한 사업은 다양하다.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SPC는 무려 120개, 불법 대출된 자금은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투자 지역은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전 제주 등 전국에 산재해 있다. 심지어 낙도(落島)와 해외도 있다.

소중한 고객의 예금을 쓰면서도 사업 분석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오히려 대박을 노리는 도박판 ‘베팅’을 연상케 했다. 이처럼 ‘문어발’ 및 ‘묻지 마’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이 드물었다. 검찰 조사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전체 120개 SPC 중에서 82.5%에 해당하는 99개 SPC가 추진한 사업이 중단되거나 아예 착공조차 못했다. 이제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나머지 사업도 사실상 대부분 중단됐다. 흉물로 남은 부산저축은행 투자 현장을 동아일보가 점검했다.

○ 사업현장은 ‘흉물’로 전락


지상 30층짜리 아파트형 공장 2개 동이 들어서기로 했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공사현장은 현재 터 닦기만 해놓은 후 방치된 상태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 M사에 용지 매입을 위한 대금 수백억 원을 대출해 줬다. 하지만 M사는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했다. 사업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려다 분양에 실패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결국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이 용지는 공매(公賣) 매물로 내왔다.

감리업체 관계자는 “사업성이 확인되지도 않고 투자유치도 안 된 부동산에 그렇게 무리한 대출을 해줬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공매로 나온 후 부동산 가격은 일주일에 100억 원씩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 ‘668억’서울 고층빌딩 땅만 파고 ‘흉물’ 방치 ▼
‘902억’전남 조선타운 8년째 조감도 상태



이 사업의 기초토목공사를 맡았던 건설사는 현재 공사대금을 일부 받지 못한 상태다. 한 채권자는 “법에 따라 채권이 회수될 때까지 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지만 돈을 얼마나 받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납골당 ‘미스터리’


6일 오후 경기 시흥시 군자동 영각사. 절 입구 대리석 건물에 ‘군자추모공원’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2006년 완공된 납골당이다. 바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이 2001년부터 G사 등 3개 SPC를 통해 분양사업에 참여했던 곳이다. 영각사 납골당은 1995년 당시 이 절의 주지스님이었던 서모 씨(54)가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G사 등이 대출받아 투자한 금액은 1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은 800여억 원.

그러나 사업 투명성 논란과 자금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2005년 납골당을 비롯한 영각사 전체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등에게 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8월 납골당 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해 7월 서 씨가 당시 이연수 시흥시장에게 5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 시장은 2009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다.

부산저축銀 피해자 본점 점거농성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80여 명이 1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9일부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정부가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부산저축銀 피해자 본점 점거농성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80여 명이 1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9일부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정부가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자 과거 인허가 비리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비자금설’ ‘불법 로비설’ 등의 소문이 퍼지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지난해 영각사를 재단법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며 “납골당 공사비는 많아야 300억 원 정도일 텐데 그 많은 대출금이 전부 어디에 쓰였는지 소문만 무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각사 관계자는 “납골당을 둘러싼 문제들은 과거 영각사에 계셨던 분들과 관련이 있다”며 “(부산저축은행은) 오히려 영각사와 납골당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주민들만 ‘골탕’

8년 전인 2003년 전남 신안군 압해면 주민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압해면에 884만 m²(약 267만 평) 규모의 ‘조선타운’이 조성된다는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선타운은 조선소와 관련 업체, 해상풍력설비 업체 등이 들어서는 산업지구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세운 S개발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조선타운이라는 이름만 남은 채 지지부진하다.

주민 불만이 적지 않다. 조선타운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데다 개발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압해면 가룡리 등 11개 마을 이장들이 전남도청과 신안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신안조선타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든지 아니면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 덕분에 신용리 등 7개 마을(29.4km²)은 이달 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가룡리 등 4개 마을(240채)은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23.1km²)으로 묶여있다. 김용재 가룡리 이장(63)은 “주민들은 조선타운을 조속히 조성하든지 아니면 생활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빨리 취소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사업 부진의 이유는 부동산 경기나 조선 산업 침체의 영향도 있다”며 “다음 달까지 건설사나 금융사 등을 통해 조선타운 사업 추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흥=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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