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민영]다문화사회 왔는데… 피부색 차별은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학교에서 농촌봉사활동을 갔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백인 청년이 내가 머물고 있던 마을을 지나갔다. 동네 어른 한 분이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했다. 백인 청년은 동네 사람들과 봉사하러 온 우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고, 우리는 말을 붙이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

길 건너편 밭에서는 뙤약볕 아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일하고 있었다. 반대쪽 그늘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어린 사람이 팔짱을 끼고 그들을 감시하는 듯 서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무도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똑같이 외국에서 한국을 찾아온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나는 살색을 인종 차별이라는 이유로 살구색으로 바꾸도록 노력한 경험이 있다. 그런 나 자신도 백인 청년에게는 호감을 보였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대화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피부색에 따른 인종 차별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씁쓸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12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이 없어질 수 있을까. 다문화시대가 새롭게 펼쳐지는데 우리들의 의식은 언제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를 갖출 수 있을까.

김민영 이우고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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