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성추행 피해자 ‘국가유공자’ 첫 인정

해병대서 의병제대 20대… 보훈처 “외상후 장애 명백”

해병대 상병이던 이모 씨가 성추행을 당한 뒤 민간 병원에서 치료 받던 중 부대로부터 복귀를 강요당했다고 보도한 지난해8월 26일자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DB

해병대 부대 참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의병 제대한 이모 씨(23)가 국가보훈처로부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게 됐다. 군대에서 성추행을 당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보 2010년 8월 26일자 A12면 참조
A12면 성추행 당한 병사 민간치료중 복귀강요

국가보훈처는 이 씨가 성추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점이 인정됨에 따라 최근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국가유공자가 되면 의료비 지원이나 세제 혜택, 취업지원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가보훈처 측은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범행사실이 명백하고 의료적으로도 피해상황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같은 조건이 충족된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씨의 어머니 황모 씨(49)는 “아들이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는 지난해 12월에 퇴원한 뒤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다니며 통원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이 사건 1심을 맡은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가해자 오모 대령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군 검찰의 항소로 현재 고등군사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