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2003년 인사 청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건넸다는 전직 노동부 민원실 직원 김모 씨가 당시 돈을 건넸다가 돌려받은 정황을 상세하게 밝히고 나서 이 후보자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 씨는 12일 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03년 여름 농협 정부과천청사 지점에서 1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 후보자(당시 노동부 총무과장) 집에 부인과 함께 찾아가 화장품과 함께 상자에 돈을 담아 (이 후보자) 부인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한두 달이 지나도 민원실장으로 승진이 되지 않아 몇 차례 돌려달라고 전화를 했고 ‘안 돌려주면 고발하겠다’고 하니까 그제야 총무과장실로 불러 돈을 돌려주더라”며 “돈을 돌려받고 며칠 안 돼 농협 정부과천청사 지점에 그 돈을 상환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농협 대출을 받아 돈을 건넸다는 것은 새로 나온 주장으로 김 씨의 농협 대출 기록을 통해 대출금 상환 날짜가 확인될 경우 핵심 쟁점인 이 후보자의 돈 반환 시점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3개월 뒤에 돈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자는 “다음 날 바로 돌려줬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김 씨는 당시 농협 통장이나 입출금 명세 공개는 거부했다. 김 씨는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이제 미련도 감정도 없다”고 했다. 그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이 문제를 언론사에 제보한 것 때문에 나까지 휘말렸다”며 “중간에서 무척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국회에서 열릴 인사청문회에 출석 요구를 받더라도 나가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김 씨는 “내가 현직 공무원도 아니고 누구를 비방할 생각도 없다”며 “다만 장관이 될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 후보자가 다음 날 자신에게 돈 봉투를 돌려주는 것을 봤다는 직원에 대해서는 “장관 후보자가 공개적으로 (다음 날 돌려줬다고) 얘기한 걸 부하 직원이 어떻게 아니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자는 김 씨 주장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퇴근해 보니 ‘직원이 가지고 온 자료’라면서 아내가 행정봉투를 건네줬고 그 다음 날 개봉도 하지 않고 민원실로 찾아가 본인에게 직접 돌려줬다”며 “김 씨에게 ‘이게 뭡니까’라고 했더니 김 씨가 ‘좀 뭐…’라고 하기에 ‘안 됩니다. 인사 청탁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살지 마십시오’라고 얘기하고 돌려줬다”고 거듭 밝혔다.
이 후보자는 “그때 민원실에 있던 다른 직원이 내가 봉투를 김 씨에게 돌려주는 것을 봤다고 최근 증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가 원했던 민원실장 자리는 일반직 5급 사무관 자리로 별정직 6급이었던 김 씨는 제도적으로 승진 대상이 될 수 없었다”며 “김 씨의 청탁을 받고 몇 달 동안 돈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김 씨의 계좌 입출금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김 씨가 돈을 몇 달 후에 입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법적 대응을 통해 사실 관계를 조기에 가릴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씨와 제보자,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사 등을 두고 어디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김 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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