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직엔 뇌물…퇴직자에겐 ‘매월 뒷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5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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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 현직 간부들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수조원대 부실을 눈감아주며 수년간 맺어온 유착관계가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감원 상대 로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검사를 담당하는 현직 간부에게는 '대담하게' 직접 억대 뇌물을 전달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11일 검찰에 구속된 금감원 수석검사역(부국장급) 이모 씨는 2009년 2~3월 25일간 진행된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하면서 1억여원을 받고 각종 부실을 묵인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는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고객 돈으로 사실상 투기를 한 정황을 검사반원에게서 보고받고도 묵살했으며, 심지어 전산 시스템 상 자동으로 드러나는 자산건전성 분류 오류마저 못 본 체 했다.

2005~2007년 부산저축은행그룹 검사를 맡았던 금감원 수석조사역 최모 씨는 200억원대 대출 알선을 해주고 6000만원을 챙기는 등 '대출 브로커' 노릇까지 하다 지난6일 구속기소됐다.

반면 금감원 퇴직자들에게는 억대 연봉을 주고 감사나 사외이사로 채용해 '우리 편'을 만드는 수법을 썼다.

금감원 국장·부국장을 지내고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감사로 채용된 문모(64) 씨 등 4명은 여신심사 감독과 대주주·임원의 불법 견제 등 감사 본연의 임무는 제쳐놓은 채 금감원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SPC 불법대출을 일반대출로 위장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감추는 데 동참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들 외에도 비은행 검사업무를 담당했던 이모 씨를 지난 연말 부산2저축은행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퇴직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였다.

마지막으로, 직접 채용하지 않은 퇴직 간부에게는 매월 수백만원의 '월급'을 주면서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지난 13일 검찰이 체포한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 출신 유모 씨는 2007년 퇴직 이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월 300만원씩 모두 2억1000만원을 '꼬박꼬박'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유 씨는 '월급(?)'의 대가로 계열은행 검사 때마다 금감원 담당자에게 "세게 하지 말라"며 수위를 낮춰달라고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검사반원 구성이나 검사결과 보고까지 참견하는 등 15차례나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저지른 7조원 대 금융비리의 근원이 감독기관과의 유착 관계에 있다고 보고, 유 씨 외에 다른 금감원 전·현직 간부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건넨 정황이 있는지, 감사로 채용된 퇴직자들이 로비창구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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