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300만원씩 지급하며 금감원 퇴직자 6년간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부산저축銀과 유착 前국장 구속

부산저축은행그룹이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장(1급) 등으로 일하다 퇴직한 유모 씨(61)에게 매달 봉급처럼 수백만 원씩 지급하는 수법으로 금감원 전현직 직원을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측이 돈을 매개로 형성한 금감원 간부와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금감원의 검사 예정 사실을 미리 파악하거나 검사 결과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65·구속 기소)에게서 매달 300만 원씩 모두 2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15일 유 씨를 구속했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이완형 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유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하는 비은행검사1국장을 지낸 유 씨는 2005년 금감원 인력개발실 교수 시절 품위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김 행장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07년 6월 금감원을 퇴직한 뒤에도 김 행장의 돈을 계속 받았다. 김 행장은 서울에 갈 때마다 유 씨를 찾아 식사 등을 함께하며 돈을 건넸고 올라오지 못할 때는 두세 달 치인 600만 원, 900만 원씩 한 번에 몰아서 주기도 했다. 김 행장의 돈은 지난해까지 유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는 이 돈을 인척 명의의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했다.

김 행장과 유 씨는 1990년대 초 금감원의 저축은행 검사 업무 등을 통해 만난 뒤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는 등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씨가 비은행검사1국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 검사를 받을 때 담당 국장 등에게 “검사를 살살 해달라”고 청탁하고 검사 결과에 따른 처분 수위를 낮추는 등 모두 15차례에 걸쳐 검사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피검사기관인 저축은행과 관리감독기관인 금감원 직원 사이에 20년 가까이 이어진 끈끈한 밀월관계가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유 씨가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재직할 때에도 부산저축은행의 비리를 덮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 씨를 추궁할 예정이다. 또 유 씨가 최근 경기도 일원에 주택 2채를 산 것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에서 추가로 돈을 받은 게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유 씨는 “매달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검사와 관련해 청탁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