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 12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예약’ 표시등을 켠 택시가 열 대도 넘게 지나갔다. 종로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에만 승객 5, 6명이 애타게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예약 택시’는 손님을 외면한 채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러기를 30분 넘게 반복하다 한 대가 멈춰 섰다. “어디까지 가세요?” “강남요!”를 외치자마자 운전사는 잠가놨던 뒷문을 열어줬다. 그동안 익숙하기까지 했던 이런 승차거부 풍경을 이제 더는 보지 않게 됐다. 서울시가 ‘예약’ 표시등 조작을 운전사가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마련했기 때문. 시는 올해 말까지 모든 브랜드콜 택시(4만여 대)의 콜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전반적으로 정책을 점검하고 택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 택시 TF도 만들어
시는 최근 택시 정책 TF와 실무 TF를 꾸려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열고 택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시가 승차거부, 개인택시 면허 발급 문제 등 여러 가지 산적한 택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F를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F에는 택시산업 종사자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6월 말까지 논의를 할 계획이다.
시는 TF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택시 정책에 큰 밑그림을 그려 늦어도 10월 전까지는 새로운 ‘택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개인택시 면허 문제와 요금 인상 문제,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에 대해 토의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마련해온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도 확보하기로 했다. 안심귀가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운행하는 택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한 것. 시는 이를 바탕으로 서울 시내를 운행하고 있는 모든 택시의 운행기록과 승객의 승·하차 기록 평균치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참고하기로 했다. 택시를 이용하는 시간대와 이동 구간, 운행 기록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 시간대에 택시 공급이 필요한지 파악해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할 방침이다. 노선택시를 신설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제안됐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만큼 구체화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시민도 직접 택시서비스 평가 나서
시는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택시를 이용하고 내리는 승객 4000명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평가 우수업체에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하위 업체는 특별교육을 하기로 했다. 평가 대상은 시에 등록된 법인택시 255개 업체의 2만2851대와 개인택시 4만9448대를 포함한 7만2339대다. 또 승객을 가장한 전문 모니터 요원이 1만6000회 이상 택시에 승차해 승객 관점에서 택시운전사 서비스를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 항목은 △운전사 서비스 △청결상태 △부당요금 △합승 등 불법운행 △카드 결제 비율 등이다.
시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만족도가 높은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하위권으로 평가된 업체에 대해서는 친절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평가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해 지속적으로 만족도 관리를 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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