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커 신모 씨(37)에게 해킹당한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가 당초 알려진 것처럼 일부가 아니라 거의 전체 고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캐피탈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17일 중간발표를 갖고 “해커 신 씨가 업무관리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습득한 후 현대캐피탈 고객들의 자동차정비내역조회 서버 등에 침입해 175만 명의 고객 정보를 해킹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해킹당한 광고메일 발송용 서버에서는 화면 캡처 방식으로 총 36만 명의 이름과 e메일 정보뿐만 아니라 암호화되지 않은 주민번호까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캐피탈 회원은 약 180만 명이다. 사고 당시 유출된 고객 정보가 42만 건이라고 발표했던 회사 측은 그러나 16일에도 “정확한 유출 규모는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퇴직 직원의 아이디를 삭제하지 않았으며 2∼4월에는 해킹 사고와 동일한 인터넷주소(IP)를 통한 해킹 시도가 다수 발견됐지만 IP 차단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역시 “신 씨 일당에게 돈을 주고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빼낸 윤모 씨(35)의 외장 하드디스크를 조사한 결과 유출된 고객 정보가 현재까지 100만 건이 훨씬 넘는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월 10,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에서 현대캐피탈 서버에 무단 침입해 개인 정보를 내려받아 보관한 윤 씨를 구속 수사해 왔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대부중개업체 팀장인 윤 씨는 3월 필리핀에 있는 신 씨의 공범 정모 씨(36)로부터 “내가 아는 해커가 현대캐피탈 서버에 침입했는데 돈을 주면 내부망에 접속하는 링크주소(URL)를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2200만 원을 송금한 뒤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빼냈다.
윤 씨가 빼낸 정보는 1TB(테라바이트·700페이지 책 100만 권 분량)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다. 경찰 관계자는 “1TB는 1024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라며 “텍스트 형식인 로그파일로 저장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모두 현대캐피탈 관련 정보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고객정보 해킹사건과 관련해 현대캐피탈과 정태영 사장 등 임직원을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사회 문제로 비화한 점을 고려해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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