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위층-공직자 ‘정보유출 커넥션’ 드러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 정창수 前차관 ‘부산저축銀 예금 인출’ 파장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가 금융당국 고위층과 정부 고위공직자 간 ‘정보유출 커넥션’을 밝히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관보와 국회공보에 따르면 올 1, 2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 5곳과 보해, 도민, 삼화저축은행에 본인이나 가족 이름으로 지난해 말 기준 1000만 원 이상 예금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는 모두 44명. 이들 중에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13명 △법원장 등 고위 법관 8명 △대학 총장 등 교육계 고위 인사 5명 △공기업 사장 2명 순이었다. 국회의원은 1명밖에 없었다. 이들의 예금액 합계는 26억7722만 원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5000만 원 이하 예금은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찾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인출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예금주, 직업 등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아 부당인출자 분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에서 1월 25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날부터 영업정지 전날까지 5000만 원 이상을 인출한 예금주 4000여 명의 부당인출 여부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넘겨받은 인출자 명단을 토대로 직업 등을 확인한 뒤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부당인출을 했는지 가릴 계획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등이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알고 돈을 미리 빼낸 사실이 확인된다 해도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행 형법은 전현직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설한 자는 명백하게 형사처벌할 수 있지만 이를 전달받은 사람은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은 영업정지 정보를 전달받고 예금을 인출한 사람도 부당인출의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해 형사처벌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부당인출을 한 예금주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예정사실을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만약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한 TF나 금융당국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지면 저축은행의 부실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당국이 또 한 번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수의 고위층만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알고 예금을 미리 빼냈다면 도덕적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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