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18 민주화운동 31주년… 눈물로 다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나눔과 희생’ 정신, 헌혈-기부로 되살리다

5·18민주화운동 제31주년 기념일인 18일 광주에서는 5월 희생자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와 항쟁의 거리였던 금남로 등지에서는 각계 단체가 헌혈 릴레이, 주먹밥 나눔 행사를 열어 ‘나눔과 희생’이라는 5·18의 의미를 되새겼다.

○…1980년 당시 공동체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주먹밥 나눔과 헌혈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날 오전 11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구속부상자회와 민주당이, 낮 12시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광주시민단체협의회가, 오후 2시 서구 풍금 사거리에서 민주노동당이 주먹밥 나눔행사를 열었다. 광주시청과 5개 구청은 이날 점심식사로 주먹밥을 제공했고 일부 학교도 점심 급식 메뉴를 주먹밥으로 대체했다. 17일 전야제에서도 시민, 대학생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직접 만든 주먹밥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1980년 5월의 감동을 재현했다. 5·18행사위원회는 주먹밥 나누기 행사를 통해 모은 성금을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시청 앞마당에서는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헌혈행사가 열려 눈길을 모았다. 시청의 한 공무원은 “‘나눔과 희생’이야말로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뿌듯한 5월 정신의 핵심이 아니겠느냐”며 “내 피를 나누는 헌혈운동은 이를 실천하는 가장 손쉽고도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종교계의 추모 물결도 이어졌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는 이날 낮 12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영령을 위한 천도재’를, 원불교 광주전남교구는 오후 2시 희생영령 추모제를 거행했다. 광주전남NCC교회연합도 이날 오후 2시 한빛교회에서 광주교회연합 5·18추모 예배를 올렸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은 22일 오전 8시 반부터 5·18정신 계승을 위한 도보순례 행사를 연다.

○…5·18연구학교로 지정된 광주 신가중학교는 이날 오전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안아주기 행사를 열었다.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31주년 기념식을 한 이 학교는 5·18 계기수업을 했다. ‘역사 다시보기-광주민중항쟁’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5·18을 주제로 글쓰기, 그리기, 포스터 및 표어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신가중 김윤배 교감은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이룬 5·18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념일을 전후해 매년 계기수업을 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교육만이 5·18의 화석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금부초교와 광주전자공고도 이날 오전 한 학급씩 지정해 5·18 계기수업을 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 5시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관 대동홀에서 ‘2011 광주인권상’ 시상식을 열고 인도 인권운동가 비나약 센 씨에게 상장과 금장 메달, 상금(5만 달러)을 수여했다. 센 씨는 “식민의 역사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대변되는 인도와 한국의 역사는 공통점이 많다”며 “광주인권상 수상을 계기로 광주 및 한국 비정부기구(NGO)와 연대를 이끌어 낸다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인권단체를 이끌다 2007년 투옥됐으며 국제사면위원회는 인도 당국의 보안법 남용으로 인한 인권유린을 고발하기 위해 그를 양심수로 선정하기도 했다.

○…5·18을 주제로 한 공연도 이어졌다. KBS교향악단은 이날 오후 7시 국립5·18민주묘지 특설무대에서 ‘5·18민주화운동 31주년 기념 연주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은 KBS 1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지난해 광주와 서울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주요 장면을 모은 갈라콘서트는 오후 8시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렸다. 21일 오후 4시 5·18기념회관 대동홀에서는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경윤) 주최로 ‘오월문학제’가 열린다. 도종환 시인을 초청해 ‘중동의 민주화를 보는 문학인의 눈’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시·산문 낭송회, 공연 등이 펼쳐진다. 제22회 전국 학생 글쓰기·미술한마당은 21일 오전 9시부터 5·18기념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전남대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소와 학생독립운동연구단은 서양화가 배희권(필명 시온 칸·47) 씨를 초청해 ‘민주·인권·평화를 위한 전남대인 얼굴 그리기 퍼포먼스’를 22일까지 연다. 배 씨는 16일부터 교수와 학생 초상화 1000점을 그려 전남대 사회대 복도에 전시하고 있다. 1990년대 민주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강경대 박승희 씨 등 12명의 초상화도 그렸다. 배 씨는 7년 동안 세계적 인권운동가나 평화운동가 독립운동가 정치인 외교관 등의 초상화 6만 점을 그렸다. 배 씨는 “전남대가 오월 열사들이 가장 많이 나온 지성 집단인 점을 감안해 5·18 31주년을 맞아 전남대에서 퍼포먼스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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