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은 수도권 대학보다 인적 물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또 기업들은 ‘지방 대학인데 별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 대학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기대수준 이상의 인재들을 배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광역선도인재양성 사업이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 가운데 기업맞춤형 교과과정, 융합교육 과정, 현장 견학 및 인턴십,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은 기업도 맞춤형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대거 취업시키고 있다. 계명대 광역선도인재양성센터 취업률은 1차 사업시기였던 2010년 63.5%였지만 올해는 70.3%로 증가했다. 1년 만에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 이론보다 문제해결 능력 향상에 초점
금오공대는 4월 태양광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전기자동차에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 모형에 대해 LS산전과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이 졸업 과제로 제출한 93개 캡스톤 디자인 작품 중 11개 작품에 대해 상품화를 원하는 기업들과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캡스톤 디자인은 학생들이 대학교육 과정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작품으로 설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금오공대는 물론이고 교과부의 광역인재양성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 20개 대학 21개 인재양성센터가 필수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택 운영하고 있다.
강원대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야 간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 의료기기 프로그램, 심혈관 융합교육 프로그램 등 다학제 의료융합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강원대 김헌영 교수(강원의료융합인재양성센터장)는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의 수요를 반영하는 융합인재 교육 시스템은 지역 대학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인턴십으로 인재 양성
호서대 충청권 New IT 인재양성센터는 지역 내 장비 관련 중견·중소기업 10여 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문한 장비설계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기업주문형 교과과정인 셈이다. 컨소시엄은 이 과정을 마친 10명 이상을 매년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으로 이어지는 기업주문형 교과과정은 인력 수요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대기업만 개설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계명대는 산업현장에 적합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단기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2개월 이상 관련 기업에 파견하는 인턴을 비롯해 취업캠프, 산업현장 견학, 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담당자 초청 특강 등이 학생들과 기업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실무형 인재는 그만큼 취업에 유리하다. 지난 2년간 JVM 위니텍 퓨전소프트 평화정공 쉘라인 등 지역 중견기업에 50여 명, 삼성전자 지멘스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같은 대기업에 10여 명 등 모두 142명이 취업했다.
충남대는 방학 중 계절학기를 개설해 산업체 현장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대 의약바이오인재양성센터 소속 학생들은 한독약품 아모레퍼시픽 바이오니아 식약청 등 협약이 체결된 50여 기관에서 인턴십을 이수하는데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R&D) 분야는 특성상 석사 이상 연구원을 선발하는데 그런 관행도 깨지고 있다. 이 대학 생물과학과 졸업생인 문지혜 씨는 기술인증교육과 현장 인턴십을 이수하고 바이오니아에 최초의 학사 출신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맹필재 충남대 교수(의약바이오인재양성센터장)는 “산업체 현장 인턴십은 기업들이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는 통로가 되는 한편 학생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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