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국회도서관 18禁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나이 제한은 차별’ 인권위 권고 끌어낸 14세 안민아 양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국회도서관장에게 18세 미만의 국회도서관 이용 제한 요건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경기 수원 곡반중학교 2학년 안민아 양(오른쪽)과 과외교사 신혜림 씨(22)가 이끌어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국회도서관장에게 18세 미만의 국회도서관 이용 제한 요건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경기 수원 곡반중학교 2학년 안민아 양(오른쪽)과 과외교사 신혜림 씨(22)가 이끌어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왜 청소년은 국회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나요.”

한 겁 없는 소녀의 상식적인 의문이 관공서의 오랜 관행을 허무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18세 미만인 자의 국회도서관 이용 제한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며 국회도서관장에게 이용제한 요건 완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국회도서관은 그동안 이용자격을 ‘전현직 국회의원 및 국회 소속 공무원, 대학생 및 18세 이상인 자’로 한정해왔다.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은 경기 수원 곡반중 2학년에 다니는 안민아 양(14). 안 양은 지난해 10월 과외교사인 신혜림 씨(22·순천향대 법학 4)와 국회도서관을 찾았다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 도서관 측은 안 양에게 “18세 미만 청소년은 타 도서관에 자료가 없는 경우에 한해 학교장 추천서가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다”라며 “신 씨가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거나 참관증을 받아 열람실 밖에서 구경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이없어 하던 안 양을 달래던 신 씨는 자신도 중학생 때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가 나이 제한 규정에 걸려 입장하지 못했던 일을 떠올렸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국내 모든 도서가 소장돼 있는 납본도서관. 하지만 국회도서관은 18세 미만, 국립중앙도서관은 16세 미만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국회도서관 측은 ‘국회도서관은 입법 활동 지원이 주 업무라 청소년까지 입장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또 전문서적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청소년 학습용 자료는 극히 미미하다’고 제한 이유를 밝혔다.

안 양은 “만약 청소년 입장으로 국회의원 지원업무가 방해된다면 전문 서적을 모아놓은 열람실만 출입을 제한해도 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신 씨도 “국회도서관은 입법활동 지원 외에 공중에 대한 지식 서비스 제공 의무도 있다”라며 “입법활동 지장이 이유라면 청소년뿐 아니라 대중 전체의 출입을 거부해야 논리가 맞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사람은 이 같은 의문과 상식을 바탕으로 2주 넘게 인터넷과 헌법을 뒤져가며 진정서를 작성해 국가인권위에 제출했고 인권위는 7개월 만에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 씨는 “선거권 제한이나 술, 담배를 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국회도서관을 나이로 출입 제한하는 것은 행정기관 편의 외에 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도서관 측은 “인권위 권고 반영 문제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권고가 나올 경우 행정기관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관행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