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2000년부터 배치된 대공포 중 상당수가 발사 시 포신이 두 동강 나거나 장전, 격발이 안 되는 불량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수사를 벌여 가짜 대공포 부품 70여 개(48억8000만 원 상당)를 정상 수입품으로 속여 군에 납품한 혐의(사기)로 경남 양산의 군납업체 N사 대표 안모 씨(52)를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안 씨는 해군 함정 음파탐지기 부품을 납품하면서 납품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59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17일 부산지검 외사부(부장 양호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1998∼2004년 부산의 Y사에 폐기된 포기(砲機·포의 몸통)와 도면 등을 주고 스위스 무기제작업체 콘트라베스가 생산한 ‘35mm 오리콘포’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Y사는 무기를 만들어본 적이 전혀 없는 일반 기계제작 업체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실험 결과 안 씨가 납품한 포기는 모두 열처리를 하지 않아 강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6개는 사격훈련 시 파손됐고, 1개는 올해 3월 사격훈련 때 아예 두 동강 나버렸다. 포기는 대공포에서 탄약 장전, 격발 등을 맡는 핵심 부품으로 안 씨가 납품한 포기로 제작된 대공포는 대부분 수도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포 1문에는 포기 2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같은 불량 부품으로 만든 대공포는 30여 문에 해당한다.
조사결과 안 씨는 미국의 트럭부품 도매업체인 T사를 무기중개상으로 둔갑시켜 이 회사 명의로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의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 다른 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받은 안 씨는 콘트라베스사가 만든 포기를 수입해 납품하기로 군과 계약했다. 그러나 안 씨는 Y사가 만든 가짜 포기를 홍콩 미국 등으로 밀수출한 뒤 T사 명의로 수입하는 것처럼 속여 군에 납품했다. 안 씨는 Y사가 T사의 국내 대리점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고 국방부도 T사의 정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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