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이 일반의약품(OTC)의 슈퍼마켓 판매에 대해 딴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 제도 도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19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재·보선 이후 여당에서 OTC 슈퍼 판매를 반대하는 의원이 늘어 추진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93년부터 이어진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해묵은 공방이 재연되거나 제도 도입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 청와대는 ‘Go’, 여당은 ‘No’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의약품 슈퍼판매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비친 이후 이 제도를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이 같은 추진 의사는 재·보선 이후에도 꺾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기류는 180도 바뀌었다. 복지부와 당정협의를 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보선 이후 “가뜩이나 민심이 좋지 않은데 동네 약국 약사까지 우리에게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나 의료계를 거쳐간 일부 중진 의원은 복지부 공무원들을 불러 “내년 총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면 한나라당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백지화 압력을 넣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약사들이 OTC 슈퍼판매가 시작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게 현역 의원들의 논리다.
한 고위 공무원은 “청와대와 여당의 엇갈린 목소리를 조정할 부처나 정치인들마저 몸을 사리고 있어 정책 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눈치만 보는 복지부
복지부는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제도의 연내 도입을 위한 대책을 준비해왔다. 일반의약품 1만7000여 개를 재분류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약품을 선정하겠다는 복안도 세워놓았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4월 중순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된 약사법을 고치지 않고, 심야나 주말에 대형슈퍼에서 감기약 설사약을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4·27 재·보선 이후 여당이 발을 빼면서 복지부의 모든 계획은 보류됐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사분오열에 빠진 한나라당이 내부 정비를 끝내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더는 제도 시행을 추진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기획재정부와 시민단체가 함께 밀어붙이는 방안도 있겠지만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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