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영업 가장 자살로 몬 운정3지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2일 20시 45분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 보상이 2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대출이자 부담에 괴로워하던 40대 자영업 가장이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안산에 자영업을 하던 윤모(49) 씨는 22일 운정3지구 수용대상인 교하읍 동패리 공원묘지에 주차된 자신의 카니발 승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정3지구가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장소다.

윤 씨는 지난 20일 차를 몰고 혼자 집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윤 씨가 발견된 당시 조수석에는 농약병과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윤 씨가 죽기로 한 직후 작성한 듯 글씨를 마구 흘려 쓰면서도 그동안 괴로웠던 심경을 절절하게 담았다.

'대통령님 운정3지구 주민입니다'로 시작하는 유서에는 "너무 어이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너무 기가 막히고 힘들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네요. 빨리 보상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또 "법이든 정책이든 발표하면 국민이 믿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디 저 하나로써 이제는 끝이어야 됩니다. 운정3지구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빠른 보상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칩니다"며 힘들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파주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회(운정3지구 비대위)가 지난해 토지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출 현황에 따르면 숨진 윤 씨는 운정3지구 내 땅 수천㎡를 소유했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13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운정3지구 비대위는 윤 씨가 한달 이자만 900만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자영업자가 한달에 900만원을 감당하기 벅찬 액수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2009년 7월로 예정됐던 운정3지구 토지 보상은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 사정에 따른 사업 재검토 선언으로 중단됐다.

지난해 4월 토지주 1706명 중 1045명이 은행에 총 8080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운정3지구 비대위는 전했다.

운정3지구 비대위는 토지주들이 불어난 대출 이자와 이를 갚기 위해 끌어들인 사채까지 합치면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만 지난해 806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비대위는 설명했다.

2007년 132건에서 2008년 243건, 2009년 403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운정3지구 비대위 관계자는 "2008~2009년 보상된다는 LH 공문이 수차례 전달됐고 파주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많아 군(軍) 동의를 받으려면 1~2 년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 정책을 믿었다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파주 운정3지구는 2008년 12월 국토해양부로부터 택지개발계획이 승인됐으며 LH는 동패리 등 교하읍 695만㎡에 3만2000가구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려다 자금 사정으로 2009년 7월 보상 개시를 앞두고 사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사업 중단이 장기화되자 지난 3월 구성된 파주시, LH, 운정3지구 비대위, 황진하 국회의원 등 4자 협의체가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사업 재개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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