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 인식에 대한 논란에서 교과서는 종착점이자 출발점이다. 논란은 7차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2002년부터 고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독립된 과목으로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독립된 교과목이 되면서 현대사가 책 한 권 분량으로 늘어나게 돼 현대사에 대한 인식과 공정성이 더욱 주목받게 됐지만 정작 이 시기에 늘어난 현대사 관련 기술은 많은 부분이 1970, 80년대에 비롯된 좌편향적 사관과 인식으로 채워졌다. ○ 7차 교육과정 들어 논란 시작
1980년대까지 학교 현장에서 현대사 교육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교과서에 현대사 부분이 있었지만 입시 범위에 들지 않았고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역사교육계가 현대사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이후인 1989년. 1995년엔 7차 교육과정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1997년 12월 고시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고교 선택과목으로 확정했다. 1998년에는 ‘현대사’라는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선택교과목에 준해 교과서 검정기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현대사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대사 교육을 섣부르게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한국 현대사가 1970, 80년대 권위주의 정권의 현대사 연구 억압과 역사학계의 기피 때문에 학문적으로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가운데, 근현대사 과목이 독립하면서 이른바 ‘운동권’의 현대사 인식과 연구 경향이 교과서로 편입됐다”고 분석했다. ○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그려진 대한민국
초중고교 교과서의 현대사 부문 서술을 비교 분석한 이 교수는 “7차 교육과정과 그 이전이 확연하게 구분된다”고 말했다.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대부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서술하지 않거나 아주 간략하게 언급했고 일부 검인정교과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6·25전쟁에 대해서는 북한의 불법 남침이나 남한의 국난 극복 노력보다는 전쟁의 피해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통일 문제의 경우 대한민국의 통일 주도성에 대한 강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원칙은 거의 서술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 협력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이전 4, 5, 6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또 6·25전쟁과 관련해 국난 극복 노력과 이후의 안보 노력을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 대안 교과서로 개정 노력
한국현대사학회를 만든 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미래 세대의 교육이다. 일부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편향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올해 초 펴낸 참교육 실천대회 역사교육분과 자료집에는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나의 역사 써보기’를 가르치면서 또래의 성장기에 있었던 주요 사건을 연표로 제시했는데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 2004년 ‘이라크 파병’, 2009년 ‘4대강 공사 시작’ 등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집단의 관심사를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제시했다.
근현대사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뉴라이트 계열 학자 모임인 교과서포럼은 2008년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하기도 했으나 정식 교과서가 아니어서 교육현장으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일 한국현대사학회의 출범에 따라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날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와 자유민주연구학회는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의 문제점과 대책’을 주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한국사를 교육하는 목적은 현재의 국가 및 민족 상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초래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함양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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