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대전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독일은 이미 1970년대 서독 시절 사회교과 교육에 관한 연방정부 차원의 중등교육지침을 확립했다.
독일 교육을 연구한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근현대사 교육에서 가장 민감한 ‘분단과 동독’ 부분의 교육내용을 정리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1978년 11월 23일 16개주 교육부 장관이 모여 ‘통일 관련 내용을 교육할 때 독일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의 ‘독일 문제에 관한 교육핵심’을 마련한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독일 헌법은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인정하지만 극우와 극좌에 해당하는 입장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교과서는 개별 학교가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채택하고 교과서 관련 행정은 주정부가 관할한다. 국정교과서는 없고 검인정교과서만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교과서 논란이 생긴 적은 없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이 근현대사 교육 내용의 합의를 일찍이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전범 국가였던 독일은 자국 근현대사 교육에 지극히 보수적이고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객관적이고 정확한 교육내용을 확립해야 한다는 부담이 논란이 없는 역사교육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외에도 근현대사 교육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은 정권이 바뀐다고 역사교육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는 “오랜 근현대사 교육의 전통을 구축한 영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내용과 방향에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한국과 같은 현대사 교육에 대한 혼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국제관계사·현대사)도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1789년 대혁명 이후 ‘현대’라는 의식과 ‘국가’ ‘국민’이 형성됐다고 보는 확고한 믿음 및 자부심이 있다”며 “이런 긍지 덕분에 근현대사 교육과 관련한 논란도 나오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20일 출범한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외국이 자국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권희영 학회장은 “현지 방문조사는 물론이고 현지 유학생들을 인터뷰해 다음 달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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