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을 앞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그림을 집에 걸어둔 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놓고 검찰과 오리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2일 검찰과 오리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소재 담 회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유명 화가의 그림 10여 점을 발견했다. 검찰은 싼 것은 1억 원부터, 비싼 것은 20억 원이 훌쩍 넘는 이 그림들이 운반, 보관 중 훼손될 것을 우려해 압수하는 대신 사진만 찍어두었다. 수사팀은 이후 서미갤러리가 오리온 계열사에 판매한 그림의 도록(圖錄)과 담 회장 집에 걸려있던 그림의 사진을 비교해 이 그림들이 오리온 계열사 소유임을 확인했다. 또 앞서 구속된 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해외 유명 작가인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등 계열사 소유 그림들을 번갈아 담 회장 집에 걸도록 지시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담 회장이 가격 합계가 100억 원대에 이르는 회사 소유 그림을 자신의 집에 걸어놓은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비록 그림을 처분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사적 공간인 집에 전시해두고 보는 즐거움을 누린 만큼 ‘사용수익’을 얻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오리온은 검찰이 담 회장을 무리하게 형사처벌하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자동차 등 다른 재산과 달리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오르는 미술품을 회사가 아닌 집에 걸어뒀다는 것만으로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르면 23일 담 회장을 불러 그림 문제를 포함해 조 사장과 전 온미디어 대표 김모 씨에게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또 담 회장과 함께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그룹 사장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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