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月대출이자 900만원’ 땅주인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LH 사업 재조정으로 보상 지연 파주 운정3지구 빠른 보상을…” 유서
파주시-비대위 “땅주인 1045명 8080억 빚진 상태”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개발 보상금 지급 지연으로 은행 빚에 시달리던 40대 땅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경 파주시 교하읍 동패리 공원묘지에서 윤모 씨(49·자영업)가 자신의 카니발 승합차 운전석에서 숨져 있는 것을 한 성묘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운전석 옆에서는 플라스틱 농약병과 ‘대통령님, 운정3지구 주민입니다’라는 제목의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에는 ‘빨리 보상해 주세요. 법이든 정책이든 발표하면 국민이 믿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빠른 보상을 위해 제 목숨 바칩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안산에서 음식점을 하는 윤 씨는 운정3지구에 밭 2필지 3476m²(약 1050평)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 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발 지구로 지정되면서 개발 보상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윤 씨는 이 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5억3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파악한 토지주 현황에는 총 대출금이 13억2000만 원으로 돼 있어 윤 씨가 추가로 사금융에서 돈을 빌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윤 씨는 LH의 사업 재조정 방침으로 운정3지구에 대한 보상이 지연되자 매월 대출이자가 900만 원에 달하는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윤 씨가 대출받은 돈을 식당 운영 등에 썼을 가능성이 있으나 가족도 윤 씨가 언제 얼마나 돈을 빌려 어디에 사용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씨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파주시와 비대위에 따르면 LH의 보상 지연으로 전체 토지주 1706명 가운데 1045명이 총 8080억 원의 빚을 진 상태다. 대부분 개발계획 확정 및 보상 일정에 따라 미리 대출을 받아 대체용 농지나 공장 땅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비대위 측은 사금융 대출을 포함하면 전체 빚 규모는 1조2000억 원에 이르고 이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7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정3지구는 파주시 교하읍 695만 m²(약 210만 평)에 주택 3만2000채를 짓는 신도시 사업이다. 2007년 6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2008년 12월 개발계획 승인이 이뤄졌다. 2009년 초 분묘 이장, 지장물 조사 등이 실시돼 2009년 7월부터 보상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LH의 막대한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모든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보상 지연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올 3월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한 협의체가 구성돼 이자납입 유예 등 금융구제안이 마련됐고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다.

파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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