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청소년의 31% 정도가 학교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한다. 숫자로는 1만 명 이상의 다문화 청소년이 학교 울타리 밖에 방치된 셈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은 2010년 현재 120만 명, 이들의 2세는 12만 명을 넘는다. 이 가운데 초중고교에 다닐 나이의 7∼18세 청소년은 4만6159명. 그러나 실제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은 3만1788명뿐이다. ○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포기 늘어
미국이나 일본 국적의 학생은 한국 학교가 아니라 외국인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에 그친다.
몽골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은 한국 학교든 외국인 학교든 교육받을 기회 자체를 얻기 힘들다. 불법 체류 중인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교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학교 밖에서 지내는 다문화 청소년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많다. 외국인 주민 통계를 보면 초등학생 나이(7∼12세)인 3만587명 중에서 80.8%가 실제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중학교 연령에서 학교를 다니는 비율은 60.6%로 낮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다문화 학생은 26.5%에 그친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새날학교의 이천영 교장은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도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오는 수준이다. 소외계층이 많은 다문화 가정에서 사교육을 받을 수 없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적응하기 힘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고교 진학은 26.5% 그쳐… 편입후 적응 못해 대안학교로 ▼
여성가족부는 일반학교에 들어가기 어려운 외국인 자녀를 위해 올해부터 ‘레인보 스쿨’제도를 도입했다. 다문화 단체나 대안학교를 위탁기관으로 정해 한국어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는 방식.
경기 안산시의 대안학교인 들꽃피는학교의 윤은정 교감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학생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대안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일반학교에 편입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 “학교 공부 따라가기 힘들어”
이혜원 성공회대 교수팀이 지난해 진행한 ‘이주아동의 교육권 실태조사’에서도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전국의 다문화 학생 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가 한국어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림을 받았다고 답했다. 따돌림이나 무시를
당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37%나 됐다. 몽골에서 온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은 “놀리지 말라고 계속 얘기할 뿐, 다른 방법이
없어요. 비자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라고 토로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다는 학생도 39%나 됐다. 이들은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다 △나보다 어린 학생과 공부한다 △상급학교 진학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사 대상 중 28명은 입학이 거부됐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은 “중학교 입학 때 선생님이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오라고 했다. 없으면
입학이 안 된다고 했다”고 대답했다. 다른 학생은 “초등학교에서 안 받아줘서 이사 갔다. 부모님 공장 사장님이 도와줘서 다른
학교를 겨우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이 교수는 “미등록 외국인 자녀라도 국내 거주 사실만 인정되면 입학할 수
있지만,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입학을 거부하는 사례도 나온다”며 “통계에서 제외된 미등록 외국인 가정까지 포함하면 학교 밖의 다문화
청소년이 40% 이상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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