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불량학생 벌받는 곳? 각종 고민·진로상담하는 곳? ‘성찰교실’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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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성찰교실’을 아십니까? 성찰교실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성찰’의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초중고 교내에 별도로 설치한 교실. 수업태도가 불량하거나, 무단결석 및 지각을 하거나, 흡연을 하거나,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근원적 문제를 치유한다는 의도에서 운영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교내 체벌을 전면금지했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일종의 ‘체벌 대체 생활지도’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성찰교실의 운영은 이렇다. 교사는 학교생활규정을 어긴 학생에게 먼저 훈계를 한 뒤, 문제적 행동이 반복될 경우 학생을 성찰교실로 보낼 수 있다. 이때 교사는 학생의 위반사항과 위반일시를 적은 ‘성찰교실 학생지도 요청서’를 해당 학생을 통해 성찰교실에 상주하는 전문상담교사에게 보낸다. 성찰교실로 간 학생은 ‘자기행동이행계획서’를 받아 △성찰위반 항목 △성찰교실 입교소감 △나의 각오 등 세부내용을 적어 넣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걱정이다. 아이가 성찰교실에 불려 가면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진 않을지, 성찰교실에 다녀온 사실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대입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을지…. 지금부터 성찰교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수학시간. J 군(17)은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교사에게 적발됐다. J 군이 또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교사는 “한 번 더 휴대전화를 만지면 벌점을 주겠다”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J 군은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교사는 벌점 2점을 준 뒤 “지금 성찰교실로 가라”고 했다.

성찰교실로 간 J 군. 상담교사는 J 군에게 “5분 동안 자기행동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후 상담교사는 ‘수업시간에 왜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 ‘선생님에게 서운한 점은 무엇인지’를 두고 10여 분간 J 군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상담교사는 “우리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까?”라며 역할극을 제안했다. 상담교사와 J 군은 서로 역할을 바꾸어 일종의 ‘연극’을 했다. 상담교사가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시늉을 하자 J 군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상담교사는 듣는 둥 마는 둥하며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J 군은 자기행동이행계획서에 ‘선생님 입장이 돼 내가 했던 장면을 지켜보니 나 역시도 화가 났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찾아가 죄송하다고 말해야겠다’고 적었다.

성찰교실에 머무는 시간은 학생이 벌인 행위의 심각성에 따라 다르다. 수업 중 잡담, 휴대전화 사용처럼 ‘벌점 2점’ 이하 행위로 성찰교실에 오면 해당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교실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벌점 2점 이하 해당 행위를 반복적으로 벌이거나 흡연, 폭력 등 ‘벌점 5점’ 이상에 속하는 행동을 하면 성찰교실이 운영하는 별도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성찰교실의 성격을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문제아들만 가는 곳’이란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키고 있는 학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사진은 성찰교실에서 직업적성검사, 성격유형검사, 진로상담은 물론 시간관리법, 암기법 등 각종 학습법 상담을 병행해 상위권 학생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서울 삼성고의 성찰교실.
성찰교실의 성격을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문제아들만 가는 곳’이란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키고 있는 학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사진은 성찰교실에서 직업적성검사, 성격유형검사, 진로상담은 물론 시간관리법, 암기법 등 각종 학습법 상담을 병행해 상위권 학생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서울 삼성고의 성찰교실.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P 군은 학교 인근에서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다 최근 생활지도부장교사에게 적발됐다. 성찰교실로 온 P군. 박 군은 이 학교 성찰교실이 운영하는 금연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주말을 제외한 닷새간 오전 7시 20분까지 등교해 30분간 맨손체조, 줄넘기를 했다. 주말이 되면 학교 주변 한의원을 찾아 금연 침을 맞았다. 모두 금연프로그램의 일환. 닷새 과정을 모두 이수한 P 군은 ‘금연프로그램 이수 확인서’에 상담교사의 확인도장을 받고 돌아갈 수 있었다.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교사는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의 경우 흡연행위 자체만을 추궁하는데 그칠 경우 다시 흡연할 공산이 크다”면서 “어떻게 하면 담배를 완전히 끊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금연프로그램을 학교 자체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적잖은 성찰교실에서 이렇게 전문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도 성찰교실을 ‘문제아들이 모이는 장소’로 인식하는 학생들은 많다.

서울의 한 여고 2학년 K 양은 ‘스승의 날’ 이벤트의 일환으로 교실에 깜짝 파티를 준비한 뒤 복도로 나가 선생님이 오는지를 살펴보던 중 때마침 교감선생님과 마주쳤다. 교감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복도를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K 양에게 벌점 2점을 주면서 “성찰교실에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성찰교실을 찾은 K 양은 자기행동이행계획서를 작성하고 ‘배움과 행동의 일치’를 강조하는 논어의 한 문구를 외우고 나서 교실로 돌아갔다.

“성찰교실에 다녀왔다고 하니 친구들이 주변에 몰려들었어요. 한 친구는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성찰교실까지 다녀 온 거야’라며 걱정했어요. 친구들 대부분이 성찰교실은 문제아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상황인식에 따라 성찰교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일부 학교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서울 삼성고는 성찰교실이 ‘상담실’의 역할을 병행토록 한다. 각종 진로상담, 학업상담, 고민상담, 교우관계상담 등을 성찰교실에서 진행하는 것. 올해 3월만 해도 성찰교실에 개별 상담을 신청한 학생 수는 9명에 머물렀지만, 상담프로그램을 본격 도입한 4월에는 신청자가 29명으로 크게 늘었다. 요즘엔 하루 5∼8명이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

성찰교실에 다녀온 사실 자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다만 성찰교실에 가야할 만큼 문제행위를 저질러 학교에서 ‘벌점’을 받을 경우 이 벌점내역은 학생부에 남아 대입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일부 학교는 성찰교실의 프로그램을 이행하면 벌점을 없애줌으로써 학생부 기록으로 남지 않도록 해주기도 한다.

한편 몇몇 학교는 성찰교실을 운영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성찰교실을 만들긴 했지만, ‘성찰교실에 가는 학생은 상담을 받고 자기행동 이행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큰 지침 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지도·상담방안 없이 그저 전문상담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가 나서 자체적으로 성찰교실 운영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 경우 수업태도 불량, 무단결석, 흡연 등 학생의 문제행위가 갖는 심각성이 각기 다르더라도 모두 획일화된 프로세스에 따라 지도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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