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시아 4개국 아줌마 손맛 소문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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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 안산 ‘다문화 음식점’ 10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아시안 누들 다문화 음식점’에서 일하는 장사련, 안서운, 강홍매, 나카조 메이코 씨(왼쪽부터)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아시안 누들 다문화 음식점’에서 일하는 장사련, 안서운, 강홍매, 나카조 메이코 씨(왼쪽부터)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의 손맛이 더해지면 어떤 맛일까? 경기 안산시에 가면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올 2월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문을 연 ‘아시안 누들 다문화 음식점’이다. 21일로 개업 100일을 맞은 다문화 음식점에는 4개국 출신 주부의 손맛이 담긴 10여 종류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나라는 달라도 우리는 ‘아줌마’


다문화 음식점은 결혼이주여성에게 사회적응 훈련 및 일자리 제공을 위해 마련된 곳이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경기도는 8200만 원을 지원했다. 안산시 협조 속에 (사)한국음식관광연구원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주부는 모두 6명. 한국인 언니이자 이모인 안서운 씨(51)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중국 출신 주부가 3명, 일본 및 베트남 출신 주부가 각각 1명씩 있다.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모두 12종류. 한국 멸치국수 비빔국수, 중국 닭곰탕 손만두, 베트남 닭쌀국수, 일본 해물볶음우동 판모밀 등 각국을 대표하는 요리들이다. 개업 초기 하루 100명 이상의 손님이 몰리면서 7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매출이 절반 안팎으로 줄었지만 요즘도 점심시간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결혼이주여성 5명은 각각 주방과 홀 서빙을 맡아 하루 5, 6시간씩 일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지만 몸에 밴 민족성은 어쩔 수 없는 듯 가끔 요리 방법이나 서비스를 놓고 의견 충돌이 벌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여느 한국 아줌마들처럼 호프집과 노래방 회식을 한번 하고 나면 서먹한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하게 변한다. 안 씨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일한다고 해서 사실은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나 막상 일해 보니 모두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해줘 지금은 식당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 일도 하고 꿈도 키우고

다문화 음식점은 이달 초 안산시 상록수 사동에서 열린 경기국제항공전에서 현장 판매를 실시했다. 다들 “손해만 보지 말자”는 생각에 간이식당을 차렸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비가 오고 강풍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6일 동안 2200그릇을 판매한 것이다. 계절 탓에 본 매장 자체 매출은 감소하는 가운데 자신들이 만든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주부들은 외식산업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 중이다. 또 전단지를 만들고 소셜커머스를 활용한 마케팅도 시작했다. 식당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음식관광연구원은 이들이 관련 업종 취업이나 창업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조리법 및 서비스를 교육하고 있다. 나아가 소규모 홈파티나 출장 뷔페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일본 출신인 나카조 메이코(中城明子·48)씨 역시 장차 본인의 음식점을 내는 것이 꿈이다. 나카조 씨는 “처음에 걱정도 했지만 대학생 아들과 남편이 ‘잘 해보라’며 격려해줘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조리법을 잘 배워서 집에서 요리도 하고 나중에 여건이 허락하면 식당을 내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소 서형동 컨설턴트(29)는 “결혼이주여성 모두가 식당 일에는 처음이어서 아직은 서투른 부분이 있다”며 “그러나 모두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배우려는 마음이어서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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