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現 간부 ‘부산저축銀 불법대출 비리’ 묵인 여부에 초점
검사역, 그랜저TG 요청하면서 “행장님 은혜 잊지 않을 것”
김행장 소유 문화재 960여 점 확보… 예보에 넘기기로 검찰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부산저축은행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월인석보 등 보물 18점을 공개했다. 이들 보물 18점과 고서화 950여 점은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용 담보로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검찰이 금융감독원 출범 이후 12년간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검사한 자료를 넘겨받는 등 금감원 직원들의 불법대출 묵인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1999년 1월 금감원이 생긴 뒤부터 최근까지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해 실시한 모든 검사 내용을 살펴보겠다는 뜻이어서 금감원 직원들의 추가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23일 금감원 검사자료를 토대로 12년간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검사를 담당했던 검사역과 팀장, 국장급 직원 전원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불법대출 및 분식회계 묵인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검사 결과부터 역순으로 자료를 살펴보며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명백한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금감원이 왜 적발하지 못했는지, 또 비리를 적발하고도 왜 시정조치에 나서지 않았는지를 조사 중이다.
앞서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대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대가로 2002년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에게서 1억20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금감원 부국장급 팀장(2급) 이모 씨를 구속했다. 또 2003년과 2004년 저축은행 검사를 담당하는 비은행검사1국장을 지낸 뒤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에게 월 300만 원씩 총 2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유모 씨도 구속했다.
광주지검도 2009년 9월 보해저축은행에서 승용차를 건네받은 혐의로 금감원 검사역(3급) 김모 씨를 구속한 바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이 은행 오문철 대표(57·구속)에게 “그랜저TG가 참 좋은데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고 있다. 행장님이 한 대 사주시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후 오 대표에게 “내가 먼저 대리점에 차량 대금을 입금할 테니 행장님은 나중에 차량을 인도받을 때 나에게 차량 대금을 직접 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같은 해 7월 말경 그랜저를 먼저 산 뒤 오 대표에게서 “앞으로 부분 검사를 하시게 되면 잘 부탁드린다”고 청탁과 함께 차값 4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검사역 등 하급직원 때부터 저축은행에 검사를 나가 대주주들과 친분을 쌓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직원 가운데 일부가 대주주들과 오랜 기간 유착관계를 맺어왔다고 보고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 은행장이 소유한 월인석보 등 보물 18점과 고서화 950여 점 등을 확보해 예금보험공사에 넘기기로 했다. 김 은행장은 3월 대부업체 대표 심모 씨에게 보물 18점을 10억 원에 팔았지만 최근 매매대금을 심 씨에게 반환하고 계약을 무효로 했다. 이와 함께 지인에게 맡겨뒀던 고서화 950여 점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용 담보로 제출했다. 대검 관계자는 “제출받은 문화재를 예보에 인계하되 문화재 보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문화재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