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업노조 10여곳 민노-진보신당 불법후원금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LIG손보 등 2곳 압수수색

기업 노조 10여 곳이 친노동계 성향의 일부 정당에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이와는 별도로 100여 곳에 이르는 다른 기업 노조도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불법 후원금을 준 사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된 상태여서 노-정(勞-政) 유착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일 LIG손해보험과 KDB생명(옛 금호생명) 노조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후원금 영수증 등을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들 노조를 포함해 10여 곳의 기업 노조가 두 정당에 모두 1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의혹이 있다는 선관위의 고발에 따라 그동안 내사를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선관위가 고발한 두 정당의 회계책임자 등 당직자 10여 명과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노조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 ‘勞-政유착’ 수사 100여곳으로 확대 가능성 ▼

또 조사 대상자 수가 많은 점을 감안해 진보신당 부분은 공안1부(부장 이진한), 민노당 사건은 공안2부(부장 안병익)에 각각 배당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노조들은 2009년 노조 공금이나 조합원에게서 1인당 10만 원씩 모금한 돈을 진보신당과 민노당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당이 당원에게서 당비를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직접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또 ‘단체(법인) 또는 단체(법인) 관련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없도록 한 정치자금법 31조에도 위배된다.

일부 노조는 정당과 짜고 소속 조합원들이 해당 정당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낸 것으로 꾸미는 ‘후원금 쪼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뭉칫돈을 건네고도 이를 연말정산 때 국고에서 전액 환급받을 수 있는 합법적 기부금(1인당 10만 원 이내)으로 위장해 나랏돈을 빼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태훈 LIG손해보험 노조부위원장은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에만 준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도 줬는데 왜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건지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검찰이 진보성향 정당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두 정당은 당원의 경우 당비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며 후원금을 받기 전 통상 입당원서를 받아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런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가 2006년 3월 ‘정당 후원금’ 제도가 폐지돼 민노당 등 친노동계 성향의 소수 정당이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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