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동서남북/40년 우정의 ‘대추나무골 결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이인모 기자
이인모 기자
“대학시설용지 해제가 불가피하다.” “춘천시의 일방적인 조치다.”

학교시설용지로 묶인 강원 춘천시 석사동 대추나무골의 사유지 12만8000여 m²(약 3만8720평)를 둘러싸고 춘천시와 강원대가 마찰을 빚고 있다. 발단은 1985년 학교시설 용지로 묶인 이 땅을 춘천시가 9일 주민열람 공고를 통해 해제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시는 강원대가 해당 용지의 매입에 미온적인 데다 주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지역은 주택 증·개축 등 건축행위가 제한되고 토지 매매도 어려워 주민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대는 그동안 198억 원을 들여 사유지의 71.8%를 매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용지 매입을 해 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강원대는 재산권 행사로 불편을 겪는 소유주들을 위해 사유지 중 3만4696m²(1만495평)를 해제하겠다는 의견서를 춘천시에 제출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강원대는 해당 용지에 춘천시의 미래 전략사업인 의료산업 복합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인데 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할 춘천시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양측의 입장이 너무 팽팽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춘천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자문해 도 도시계획위원회에 해제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 기관 수장들의 개인적 인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광준 춘천시장과 권영중 강원대 총장은 춘천고 45회 동기생으로 40년 가까운 친구 사이. 고교시절 같은 반이었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사회에서는 대추나무골 사태로 둘 사이의 관계가 서먹해졌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 마주쳐도 의례적 인사만 주고받는다는 것. 이 시장과 권 총장은 올가을 춘천에서 열리는 한 마라톤대회에 같이 출전하기로 오래전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친구의 마라톤대회 출전이 화합의 레이스가 될지, 감정의 레이스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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