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숭의운동장 재개발도 무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남구, 홈플러스 입점 불허… ‘구도심 개발 모범사업’ 돈줄 끊겨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축구전용구장인 숭의운동장. 동아일보DB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축구전용구장인 숭의운동장. 동아일보DB
인천 재개발의 핵심 사업인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때 인천에서 벌어지는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되던 사업이었지만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입점이 남구와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숭의운동장 사업이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해 2009년 11월 계약 해지된 ‘도화구역 복합단지’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인천 최대 도시재생사업 문 닫나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은 2008년 철거된 옛 숭의운동장(야구 및 축구장) 일대 9만70m² 터에 축구전용경기장을 짓고 인근에 오래된 주택과 상가 등을 매입해 752채의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새로운 건축물이 없는 도심에 활력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재개발 사업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홈플러스 측이 5월 16일 인천 남구에 영업개설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박우섭 구청장이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신청서 처리 기간은 20일. 홈플러스 측은 이번에 불허되더라도 한 차례 더 신청을 해본 뒤 그래도 불허하면 사업을 접겠다는 입장이다.

새로 짓는 운동장에는 홈플러스를 비롯해 컨벤션, 소규모 점포 등이 들어선다. 2009년 3월 이들 수익시설의 입점을 위해 남구가 인천시에 요청해 건축허가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 및 공사가 진행돼 현재 90% 이상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인천도개공 측은 홈플러스 입점이 어려워지면 컨벤션, 소규모 점포 등이 들어서는 3만9600m² 규모의 공간이 텅 비게 돼 500억 원의 임대 수입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손실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운동장 인근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스트리트몰 분양사업이 어려워진다.

○ 인천시와 인천도개공 무덤 파는 꼴

숭의운동장 사업이 어려워지면 그 여파는 재정위기에 몰린 인천시와 빚더미에 앉은 인천도개공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포스코 대우 태영건설 등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이파크개발은 현재 1200억 원을 산업은행 등에서 빌려 이미 축구장을 짓는 데 쓴 상태다. 에이파크는 홈플러스 입점이 안 돼 사업 전체가 흔들릴 경우 홈플러스 건립비 391억 원, 컨벤션 및 소규모 점포 건립비 139억 원, 축구장 건립비 1120억 원 등 총 1650억 원을 인천도개공에 요구할 계획이다. 인천시가 해야 할 사업을 대행하는 인천도개공은 이 돈을 다시 시에 요구하게 된다. 또 숭의운동장 개발이 무산될 경우 제물포 역세권, 도화구역 인근 옛 도심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시장과 구청장이 바뀌었다고 기존 약속을 깨는 이 같은 행태는 인천시의 대외신인도 하락을 부추기게 된다. 인천도개공 관계자는 “숭의운동장 사업이 무산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결국 인천시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몫”이라고 말했다.

숭의운동장 인근 광해리드빌 아파트에 사는 주민 최모 씨(40)는 “대다수 주민이 원하는 대형마트 입점이 무산되면 남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숭의운동장에 홈플러스를 입점시키면 계약금 330억 원과 연간 임대료 10억5000만 원을 받을 수 있어 연간 10억∼26억 원의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메우는 문학경기장 꼴을 면할 수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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