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기소개서 표절검색, 기자가 직접 시연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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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정확하네”… 안베낀듯 썼지만 “표절률 19%”
“똑똑하네”… 문장순서 단어 바꿔도 딱 걸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월 “대학이 자기소개서 등 입학사정관 전형의 서류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까지 개발해서 8월부터 활용토록 한다는 계획. 하지만 작업이 늦어지자 서울대 고려대 KAIST 건국대 선문대 순천향대 등 6개 대학은 소프트웨어 기업인 ㈜코난테크놀로지의 시스템을 올해 수시모집 전형에 운용키로 했다.

수험생이 대학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분석해서 표절을 가려내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기자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 올해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에 입학한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원본으로 삼았다.

○ 표절 의심되는 부분 색깔로 드러나


합격자의 자기소개서에는 ‘이러한 흥미를 토대로 소비자학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얻기 위해 소비자 고발이라는 TV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를 ‘매주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봤습니다’라고 바꾸자 화면에 파란 박스가 보였다. 50% 이상이 비슷하다는 표시다.

문장 순서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합격자는 ‘저는 매점에서 빵을 사게 되었는데, 빵 위에서 철 조각 같은 것을 발견해 제조회사에 전화로 이를 알렸습니다. 그러나 제조회사에서는 제가 학생이라는 이유로 마땅한 조치를 취해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기자는 ‘제조회사에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마땅한 조치를 취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린 학생이라는 이유였습니다’라고 수정했다. 이번에는 주황색 박스로 표시됐다. ‘제조회사’라는 키워드가 중복되니 유심히 보라는 뜻이다.

완전히 똑같은 문장은 빨간색으로 나온다. 3, 4시간을 고민하며 단어와 문장을 손봤지만 표절률 19%라는 판정이 나왔다.

㈜코난테크놀로지의 김희수 차장은 “똑같은 어절이 3개 이상인 경우는 물론이고 문장 순서나 핵심 용어를 바꾸는 등 교묘하게 조정해도 모두 잡힌다”고 말했다.

베꼈다고 의심되는 부분은 모두 굵은 글씨로 나온다. 이런 문장 옆의 ‘구글’ 표시를 누르면 구글 검색창에 자동적으로 입력돼 다른 자료를 짜깁기했는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 문장을 일일이 인터넷 검색창에서 확인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 표절 1차 판단, 독창성·성실성 기준도


대학은 이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DB)에 모든 합격자의 자기소개서와 올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모두 넣는다. 지원자가 대학의 입학 홈페이지에 지원서를 내는 순간, 다시 말해 입학사정관이 검토하기도 전에 컴퓨터가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다른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 대학과 입시학원의 홈페이지 자료, 언론의 칼럼 등 인터넷 자료를 긁어서 옮기면 모두 대번에 걸릴 수밖에 없다. 시스템상에서 표절률이 높게 나오거나 색깔로 나타나는 문장이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는 사정관이 주의 깊게 보게 된다.

대학별로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 운용할 수도 있다. 가령 지원자의 출신 고교, 반, 교사 이름을 확인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식이다. 지원자의 학교와 학급이 같다면 입학사정관은 교사가 자기소개서를 대필했는지 비교할 수 있다.

특히 파란색이나 주황색으로 나오는 부분은 대학이 지원자의 독창성이나 성실성이 부족한 근거로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학생부의 비교과 활동 내용이 자기소개서와 일치하는지, 즉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은 학생회장이나 봉사활동, 교내 수상실적 등 비교과 영역이 자기소개서에 포함돼 있는지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다. 학생부에는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록됐는데 자기소개서에는 다른 종류의 봉사활동을 했다고 나오면 서류전형에서 불리해진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이 시스템을 도입한 고려대 이정훈 입학처 주임은 “수만 명의 지원서를 입학사정관이 세밀하게 보기 전에 1차적으로 거르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본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는 게 최고라는 메시지를 지원자에게 주는 예방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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