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의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 매립 의혹처럼 부천 미군기지의 화학물질 매립 의혹 역시 당시 한국에 근무했던 미군의 증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79년 6·25전쟁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인터넷 공간인 ‘한국전쟁 프로젝트(www.koreanwar.org)’에 실린 글이 계기가 됐다.
2004년 5월 레이 바우스 씨가 올린 글은 당시 경기 부천시의 캠프 머서에 화학물질을 매립한 상황과 매립 장소의 대강을 담고 있다. 그는 “불도저를 이용해 매립했고 방독면과 특수고무복장을 했다”고 전해 독성 화학물질을 매립했음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화학물질의 명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바우스 씨는 자신의 행위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위반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화학물질 배출량 기준을 초과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자신이 매립행위에 참여해 신체적 피해를 봤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묻었다”고 해 다종, 다량의 화학물질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한국전쟁 프로젝트’ 사이트에는 1991년 미 공병단 내 건설연구소가 외부용역을 통해 발간한 ‘미 8군과 주일미군의 위험폐기물 최소화 방안’이란 제목의 51쪽짜리 문서도 공개돼 있다. 이 문서에는 1987∼89년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이 처리한 폐기물의 구체적인 양이 기록돼 있다. 문서에 따르면 1987년의 경우 △수은폐기물 10파운드 △배터리 산(酸) 21캔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 43박스 △용제(溶劑) 슬러지 17드럼 △석면 2580파운드 △트랜스포머 오일 448드럼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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