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된 50대 남성이 손위 동서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비극을 맞았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25일 집에 찾아온 동서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이모 씨(5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4일 오전 1시 50분경 포항시 남구 청림동의 5층짜리 한 빌라 주차장에서 집에서 가져온 10여 cm 길이의 부엌칼로 동서 김모 씨(51)의 배와 등을 찌른 뒤 목을 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서가 만취 상태로 집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려서 술을 한잔 더 하며 달래줬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 손위인 나에게 ‘죽여보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퍼부어서 홧김에 살해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동서 집에 찾아가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불쌍하지 않냐’며 술주정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의 처형은 “집안 속사정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거의 매일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김 씨는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돼 15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선 기관장이었던 김 씨는 몇 년 전 일을 그만뒀고 지난해부터는 로또 당첨금으로 생활했다. 손위 동서 이 씨에게 4000만 원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했다. 재산 분할 문제로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아내와 자식 2명과는 별거하고 있는 등 로또 당첨 이후 가정불화를 겪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동서 간 다툼도 잦았다고 이웃 주민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로또 1등에 당첨된 것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은 다른 가족들이 진술을 거부해 알 수가 없다”며 “동서 간 채무 문제도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어서 피의자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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