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눈에는 눈, 디도스엔 디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경쟁 게임사이트 15곳 공격… 일당 9명 적발

“우리도 애들 풀어 공격해!”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E사 김모 대표(35)는 지난해 9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E사가 위탁관리하던 한 고스톱게임 사이트가 7월부터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은 것. 9월 초에는 2시간 넘게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한 달 1200만 원의 사이트 위탁관리비를 받기 위해선 계속된 공격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직원들을 동원해 공격자를 찾기 시작한 김 대표는 고스톱게임 사이트를 운영하는 약 15개 동종 게임업체를 공격자로 지목했다. 이후 김 대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며 회사 직원을 동원해 디도스 공격에 나섰다. 직원들은 악성프로그램 제작조(2명)와 유포조(4명), 공격조(2명)로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들은 프로그래머가 악성코드를 만들면 유포조가 서울시내 50여 곳의 PC방을 돌며 TV드라마 파일에 끼워 넣은 악성코드 1000여 개를 웹하드에 올렸다. 홍콩과 미국에 서버도 마련하고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김 대표를 포함한 3명이 필리핀으로 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렇게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15개 게임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김 대표 등 9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공격기간에 15개 사이트는 간헐적으로 접속이 느려지거나 다운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고스톱 사이트에서 디도스 공격을 먼저 감행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보복이 아니라 경쟁 사이트를 다운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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