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게이트]흔들리는 감사원… 은진수 이어 또다른 위원 비리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감사위원이 이의 제기하면 징계 낮춰… 감사 ‘없던일’ 되기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 이어 또 다른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뒤 감사원은 충격 속에 대응책을 찾느라 부심했다. 검찰이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감사위원이 누구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등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 엎친 데 덮친 감사원


감사원은 주말 내내 감사위원 전원과 저축은행 관련 감사를 맡았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로비 청탁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자체 내부조사를 벌였다. 당시 감사자료와 감사보고서도 다시 검토했다.

한 감사원 간부는 26일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감사위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사무처 직원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작업을 포함해 나름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며 “이를 통해 감사 결과의 신뢰성에는 아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감사위원의 새로운 비리를 검찰이 확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감사원 내부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은 전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이 나왔을 때만 해도 “외부에서 (보은인사로) 들어온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선을 긋던 감사원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서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저축은행 사건의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국정조사가 이뤄질 경우 감사원은 2008년 쌀 직불금 사태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조사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감사원은 2008년 당시 고위직 12명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위기 상황이 재연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 직원들은 일반 공무원보다 더 엄격한 윤리와 처신 교육을 받아 로비나 청탁 문제만큼은 깨끗하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지금은 그런 항변조차 조심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 감사위원 어떤 자리이기에…

감사원은 조직상 감사 실무를 맡는 사무처와 그 감사 내용을 심의하는 감사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감사원장과 6명의 감사위원이 회의를 열어 감사 결과를 확정하고 문제가 드러난 책임자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한다. 감사위원은 법원의 판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6명 중 절반에 대해선 ‘감사원의 순혈주의를 극복하고 다양한 시각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외부 전문가로 채워 왔다.

문제는 외부 전문가 자리에 ‘낙하산 인사’로 들어온 감사위원의 비리가 이번 사건처럼 감사원 전체의 중립성까지 흔드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와 사무처는 사실상 분리돼 있어 감사위원이 감사 실무팀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또 감사위원 7명이 모두 의견을 개진하는 회의에서 특정한 한두 명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감사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정색하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책임자에 대한 문책 수위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진행해 온 감사를 모두 원점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시 은 감사위원이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켰다는 비판 속에 주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 고강도 대응책 부심


감사원은 지난주 긴급 소집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전 직원에게 사실상 금주(禁酒) 및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양건 원장은 이번 주 안에 근본적인 내부기강 단속 및 중립성 확보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한 감사원 직원이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감사로 재취업하는 것을 놓고 ‘전관예우’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이날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4월까지 공직자윤리법의 재취업 신고 대상인 감사원 고위공무원 퇴직자 29명 가운데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경우가 17명(58.6%)으로 절반이 넘었다. 상근 및 상임감사(위원)가 12명이었고, 이사나 사외이사로 재취업한 경우도 5명이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감사원법 개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각각 내놓은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제척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차관급인 감사위원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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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추천 많은 댓글

  • 2011-05-30 05:40:36

    부정부패는 외부의 적보다 더 심각한 국가를 망하게하는 지름길이다.그런데도 불구하고 방관만하는 이명박정권이 정말 한심하다.지금의 부정부패수준은 과거 패망한 이승만정권보다 더 심각하다.젊은이들이 왜 공무원이되려고혈안이 되어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한다.국민세금은 공돈처럼 치부되어 해먹기 가장 쉬운 눈먼돈이란 말이다.현정권이 남은 임기동안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지도 못한다면 역사장 가장 부패한 정권으로 기록될것이다.서민들은 힘겹게 벌어 세금을 어김없이 내지만 공무원들은 해먹을것 다 해먹고 세금까지 호주머니에 챙기니 정말 국민들은 그들의 밥이다.한심하 부정부패 정권을 보고있다.

  • 2011-05-30 08:12:30

    은 아무게 비리게이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앞에서는 5,18 어쩌고 하면서 뒤로는"우리가 남이가."하는 전형적인 권력 뒷거래 방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로 인해 구 정권의 폐습을 고쳐달라고 표 몰아 주었던 국민들은 닭쫒던 강지지 지붕 쳐다 본 신세가 되었고, 이 얼마나 치욕적인 현실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이에나 처럼 몰려다니며 서민들을 학살하는 독살 자객들을 뿌리뽑아라.이것은 노숙자 대기병들의 마지막 아우성이며 경고다.

  • 2011-05-30 05:34:34

    그야말로 현정권의 실세들이 돈보따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부정부패의 온상인 감사원과 금감원을 폐지하고 새판을짜야한다.법을고쳐 감사기관이 부정부패를하면 일반국민보다 더 엄한 가중처벌을 받도록해야하며 뇌물액수의 몇십배까지 변상하도록해야한다.선거법이상의 엄한벌을 내리면 약간은 효과가있을것 같다.현정권이 경제만외쳤지 도덕수준은 몇십년 더 후퇴했다고 봐야한다.차기에는 정말 깨끗한 정치인들이 나서도록 국민들 스스로가 자각해야한다.청문회에서보여주듯이 현정권의 실세들이 모두 부정부패의 고수들이며 사실상의 범죄인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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