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부산대사범대학부설고의 체육대회. 참가 학생들의 옷차림은 다채로웠다. 노란색 티셔츠에 멜빵바지를 입은 유치원생 옷차림, ‘새마을 운동’ 로고가 그려진 복고형 티셔츠에 ‘몸빼’ 바지 차림,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안전제일’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건설근로자 차림, 심지어는 이름표가 달린 수감자 옷차림까지….
학생들은 왜 이리도 특이한 차림으로 체육대회에 나타난 걸까? 바로 ‘기선 제압’을 위해서란다. 톡톡 튀는 옷을 입으면 본격적으로 응원이 시작되기 전부터 상대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음은 건설근로자 옷차림으로 이번 대회에서 ‘패션상’을 받은 2학년 10반 학생들 중 윤주현 양(17)의 말. “체육대회 일주일 전부터 독특한 옷을 찾기 위해 웹사이트를 뒤지고 다닌 보람이 있었어요.”
학교별 체육대회 시즌이 돌아왔다. 체육대회의 ‘백미’는 응원.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종합우승에 못잖은 상품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단합이 잘되는 반’이란 긍정적 이미지까지 얻게 된다. 그래선지 체육대회 며칠 전부터 학생들은 기상천외한 응원을 위해 준비에 몰두한다.
충남 복자여고 1학년 6반(모란반) 학생들은 체육대회 사흘 전 응원가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최종 ‘낙점’된 응원가는 반 밖으로 유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기밀사항’에 부쳐진다. 응원가를 만드는 데 일조했던 김나미 양(15). “체육대회가 시작되자 응원가가 전격 공개됐어요.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반짝반짝’에 나오는 가사 중 ‘슬쩍슬쩍 바라보지 마, 반짝반짝 내 입술 바라보지 마’를 ‘슬쩍슬쩍 반칙하지 마, 반짝반짝 모란반 1등할 거야’로 바꿔 불렀어요. 이 응원가에 다른 반 학생들은 웃음을 터트렸어요.”
응원도구도 중요하다. 대부분 풍선, 부채, 수건처럼 비교적 조용한 응원도구를 선택하거나 반대로 장구, 북, 꽹과리처럼 시끌벅적한 도구를 선택한다. 이런 관습적인 응원도구와는 확 차별화되는 도구도 등장한다.
서울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1학년 연합반이 그 예. 체육대회일이 되자 1학년들은 각자 페트병, 장난감 북 등을 가져와 한자리에 모았다. 이때 유독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화제를 모았던 남아공 전통악기 ‘부부젤라(Vuvuzela)’였다. 자동차 경적소리보다 큰 소리를 내는 부부젤라는 체육대회에서 단연 압권. 다음은 대회 내내 부부젤라를 불었던 김현주 양(16)의 말이다.
“줄다리기를 할 때 응원가와 함성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어요. 이때 부부젤라를 일제히 불었죠. ‘웅∼’하는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자, 응원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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