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심각합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26일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신의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일하라"고 부하들을 독려하자 검찰에서는 "조직을 위해 직위를 건다는 것은 조폭이나 하는 얘기"라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지난 27일 전국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검찰 수뇌부는 뭘 했나"라며 수뇌부를 비판했다는 후문입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 소위원회는 지난달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주고 검찰에 대한 복종 의무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찰의 로비 탓인지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사개특위에서 나온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와 판검사 비리 전담 특수수사청 설치 문제 등에 대처하느라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여야간 이견 때문에 중수부 폐지와 특수수사청 설치가 물 건너가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자 수사권 조정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하자는 것은 경찰이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권한을 법률에 반영하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검찰은 수사권, 경찰 수사 지휘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검찰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권력 독점이 부패를 낳는다는 건 평범한 진리입니다. 그랜저 검사, 룸살롱 검사 비리가 터져 나오고 검찰이 검사가 관련된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도 검찰의 권력 독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인정해주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수사권이 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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