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봄배추 판로를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전남지역 작년보다 가격 절반 이상 폭락… 햇양파는 36% 떨어져

30일 전남 보성군 조성면 배추밭.

농민 김모 씨(60)가 3000m²(약 900평)에 심은 봄배추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배추 가격이 폭락하자 재배계약을 했던 상인이 돈 한 푼 주지 않아 걱정”이라며 “배추 시장출하가 불가능해 복지시설에 배추를 기부했고 남는 것은 1, 2주일 안에 갈아엎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땅을 빌려 배추를 심었고 종자나 농자재 구입비를 감안하면 200만 원 정도 손해를 본 것으로 예상했다. 배추를 갈아엎을 때 1000m²(약 300평)당 지원금을 받는 자율감축도 포기했다. 보성지역은 자율감축 대상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봄배추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과 상인 간에 크고 작은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전남지역 올해 봄배추 가격은 10kg당 2054원으로 지난해 5750원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봄배추 가격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재배면적 증가. 전남지역 봄배추 재배면적은 862ha로 전국 재배면적의 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유통업체나 상인 계약재배는 503ha, 개인 자율재배 288ha, 농협 계약재배 71ha다. 농협 계약재배 봄배추는 그나마 적정 가격에 매입되고 있지만 개인 자율재배 봄배추는 최저 생산비마저 건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인은 계약금조차 주지 않고 있다.

올해 햇양파(조생종) 가격도 kg당 328원으로 지난해 kg당 506원보다 36% 정도 떨어졌다. 올 전남 햇양파 재배면적은 1만2116ha로 지난해보다 4% 늘었다. 하지만 소비물량이 줄어든 데다 수입량이 늘어 가격이 폭락했다. 봄배추나 햇양파 모두 저장기간이 짧아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남 자치단체 등은 봄배추나 햇양파 판매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성군은 4일부터 배추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해 봄배추 9800포기를 판매했다. 녹차대축제 기간 동안 축제장에 배추판매장을 설치하고 한국차박물관에 상설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에서 재배한 봄배추를 시장을 돌며 팔아주기도 했다. 보성지역 봄배추 재배면적은 31ha로 아직 판매되지 못한 물량이 800t이나 된다. 배추 주산지인 해남군도 최근 봄배추 15t를 대만으로 수출했고 추가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남도나 무안군 등은 햇양파 판매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봄배추는 2007년에도 가격이 폭락했었다”며 “농산물 가격 폭락을 대비한 농협 계약재배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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