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미국 네브래스카대 석좌교수가 29일 대전 동구 삼성동 솔브리지국제대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기업경영과 인재육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송대 제공
“대학은 고객인 학생에게 졸업장 주는 곳이 아닙니다. 차별화된 ‘훌륭한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녹색 경영시대의 기업 전략’이란 범태평양국제경영학회를 위해 내한한 미국 네브래스카대 이상문 석좌교수는 30일 “(대학의) 훌륭한 가치는 그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뭔가 다르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예총장을 맡고 있는 대전 우송대에서 27∼29일 학회를 연 데 이어 31일 우송대글로벌자문단회의를 이끌었다. 이 교수에게서 두 회의의 화두였던 기업 경영과 인재 육성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의 리더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현장 감각을 익히는 인턴십 제도를 추천하고 싶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과 사업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같이 해본 경험이 필요하다. 강의와 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동 창조(Co-Creation)’ 개념을 강조했다.
“경영진이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기업이 제품을 고객과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 가령 기저귀에 대해서는 실험실 연구원보다 어머니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돈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됐다는 사실에 고무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P&G는 신제품 아이디어의 50% 이상을 고객에게서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녹색경영이 뭔가.
“환경과 에너지 친화적인 경영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고객들이 녹색전략이 없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않는다. 그럼 녹색전략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기업 혼자 결정하지 말고 대학이나 연구소, 소비자 등과 손잡고 같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항상 공동 창조할 상대를 찾아야 한다.”
―한국 대학들이 대입자원 부족시대를 맞아 경쟁력 강화에 부심이다.
“이제 명문대를 나온 것보다는 어떤 지식을 가졌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더 중요시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다른 학교보다 차별화된 인재를 길러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혁신으로 특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미국 대학들은 어떤가.
“미국의 주립대들은 주정부의 재정난으로 예산이 줄어들어 고민이다. 처음에는 각 대학이나 학과들이 똑같은 비율로 예산을 줄였으나 (예산 감소가 계속되자) 이제는 한 대학이나 학과를 없애버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어만 빼놓고 외국어 전공을 모두 없애버린 대학도 많다.”
―국내 활동을 많이 늘리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가서 50여 년 살았다. 그동안 박사 135명을 길러냈는데 55명이 한국인이고 그중 40여 명은 한국 대학과 기업에서 일한다. 고국을 위해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1984년 직접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는 범태평양국제경영학회의 본부도 우송대로 옮길 예정이다.”
이 교수는 국제경영학계의 석학으로 미국 갤럽사 고문을 맡고 있고 한국인 최초로 미국 의사결정학회 회장을 지냈다. ‘20세기 가장 존경받는 지식인 200인’으로 선정됐으며 국내에 소개된 ‘글로벌 시대의 초일류 기업 경영’ 등의 저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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