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교실 안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렁차지만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영어를 따라 한다. 이곳은 강원 화천군 노인회관 회의실. 대한노인회 화천군지회가 관내 노인을 대상으로 16일 개강한 생활영어교실이다. 70세 전후의 노인 학생 17명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영어를 복창한다.
이들의 지도는 인근 군부대 교회의 담임으로 있는 이광열 목사(68)가 맡았다. 이 목사는 미국 애틀랜타 루터라이스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유학파 출신. 개강 첫날 그는 수강생들에게 알파벳부터 가르쳤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이 알파벳을 충분히 읽자 쉬운 생활영어로 진도를 앞서 나갔다.
수강생들의 학습 속도는 대체로 느리지만 열정만큼은 각별하다. 이 목사가 단문 암기 숙제를 내주면 한 명도 빠짐없이 이를 외워 온다. 이 목사는 “그동안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봤지만 영어교실 노인들의 열정은 그 어느 학생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과정이 끝나는 5개월 뒤에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교실 수강생들은 매주 월∼수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수업을 받는다. 교육 기간은 여름방학을 제외하고 11월 9일까지 약 5개월간. 수강료와 교재비는 무료다. 수강생 중 최고령인 반순옥 할머니(77)는 “처음 배우는 꼬부랑글씨가 요상하면서도 재미있다”며 “배우는 재미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말처럼 아주 굿”이라고 말했다. 반 할머니는 또 “영어를 열심히 배워 내년 산천어축제 때 외국인 손님들을 안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인회 측은 이번 영어교실의 반응이 좋을 경우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진삼 노인회 화천군지회장은 “영어는 세계 공통어인 만큼 노인들도 최소한 기본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배움에 나이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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