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올해 2월 자살한 중이염 훈련병 조사결과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치료 애원하다 진료실서 쫓겨났다”

중이염 증세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 훈련병의 사연을 실은 본보3월 1일자 A12면.
중이염 증세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 훈련병의 사연을 실은 본보3월 1일자 A12면.
올해 2월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 훈련병(21)이 자살 전날 군 상급자로부터 ‘꾀병으로 외진(外診)갈 생각 말라’는 등 비인간적인 처우와 폭언을 들은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본보 3월 1일자 A12면 중이염 ‘꾀병’…

30일 국가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정 훈련병은 2월 18일 훈련소 지구병원을 찾아 군의관에게 상급병원 진료를 요청했다 거절당했다. 당시 정 훈련병은 이미 보름 전부터 8차례에 걸쳐 연대 의무대와 훈련소 지구병원에서 중이염을 진단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군의관은 ‘현재 증상으로는 민간병원 진료가 필요 없다’며 나가보라고 했고 정 훈련병이 다시 애원하자 기간병을 불러 쫓아냈다. 인권위는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피해자가 원하는 치료를 적시에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고 그 결과 훈련소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 훈련병의 동료들은 평소 활발하고 외향적이던 정 훈련병이 ‘귀가 먹먹하다’고 말한 이후 군 생활을 힘겨워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정 훈련병은 꾀병 환자로 낙인찍혔으며 목숨을 끊기 전날에는 소대장으로부터 폭언까지 들었다. 2월 26일 정 훈련병은 지구병원 이비인후과 외진을 받기로 예약했지만 당일 휴진으로 진료일이 미뤄졌다. 하지만 이를 통보받지 못한 정 훈련병은 ‘병원 외진이 잡혀 있으니 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전후 사정을 모른 소대장은 정 훈련병이 병원에 가려고 거짓말을 한다고 오해했다. 소대장은 정 훈련병에게 “왜 자꾸 시키는 대로 안하고 떼를 쓰느냐”며 “앞으로 귀 아픈 것으로 외진 갈 생각하지 마”라며 욕설과 폭언을 내뱉었고 결국 다음 날 오전 11시 40분 정 훈련병은 훈련소 생활관 2층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인권위는 “구타와 폭언을 금지하는 육군훈련소의 ‘2011년 안전활동 추진계획’과 달리 정 훈련병에게 비인간적 대우가 이어졌다”며 육군훈련소장에게 해당 소대장에 대해 폭언 및 지휘감독 부실 등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향후 훈련소 내 환자 발생 시 적절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지침 및 직원 교육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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