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반값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대학재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교협은 학생·학부모가 등록금을 부담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이 등록금 완화의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배포한 건의문에는 △적립금 활용과 기부금 모금, 재정 효율화와 투명성 강화를 통한 부실요소 제거 등의 자구책을 추진하겠다 △소액 기부금 세액공제와 기부금 손금 인정비율 확대 등 대학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등록금 경감 책임을 대학에만 떠넘기려는 분위기에는 불만을 나타냈다. 김영길 대교협 회장(한동대 총장)은 “대학 재정 지원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며 “실제 한국 고등교육의 1인당 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지원사업을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우형식 부회장(금오공대 총장)은 “다른 사업을 학생 장학금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부분에 많은 총장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대학 지원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생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추가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박철 대교협 부회장(한국외국어대 총장)은 정부가 사립대 재정을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전체 대학의 80%인 사립대는 사립대 재정 지원 육성법 발의를 바란다. 의원들이 등록금 부담 완화에 공감한다면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대교협은 또 대학이 원하는 등록금 완화 방안은 모든 학생에 대한 등록금 줄여주기 보다는 장학금 확대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만들기 위한 등록금 완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에 참여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등록금 완화 논의에 구체적인 재정 확충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논의 과정에 대학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을 주는 권한을 가진 정부 방침에 무조건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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