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이 중국 음식점인 ‘중화루’로 운영될 때 모습.인천시 제공
인천시는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터(중구 중앙동)에서 기단 등 건축물 잔재가 발견됨에 따라 발굴을 위한 기초조사를 문화재청에 의뢰했다고 31일 밝혔다.
대불호텔은 1888년 일본 해운업자에 의해 벽돌식 3층 건물로 지어졌고, 1918년 중국인에게 인수돼 ‘중화루’라는 중국 음식점으로 운영됐다. 이 건물은 1978년 철거돼 주차장으로 활용됐다. 중화루 간판은 인천시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 호텔이 다시 발굴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사업가 K 씨가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이 터와 바로 옆 땅을 사들여 고급 중국요리점을 신축하기로 하고 최근 터파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굴착기 등 중장비가 땅을 파내려가자 벽돌 무더기와 기단 등이 발견된 것. 붉은 벽돌은 지면에서 1m 정도 깊이에 묻혀 있고, 외벽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 씨는 이 터에서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될 경우 공사를 중단하고 보전 여부를 판단한다’는 조건부 사항에 동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공사를 즉각 중단시켰고, 1차 현장조사를 벌인 전문가들은 대불호텔의 문화재적 가치를 감안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대불호텔 터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 복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불호텔의 설계도가 전혀 없고 건물 사진만 남아 있다”며 “기단 등 건물 잔재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그 위에 새 건물을 짓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불호텔은 독일 여성 손탁이 1902년 서울 중구 정동에 지은 ‘손탁호텔’보다 15년 앞서 문을 연 국내 1호 서양식 호텔로 다다미 240개에 객실 11개를 갖췄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중화루’로 바뀐 뒤 ‘공화춘’ ‘동흥루’와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3대 중국 요릿집으로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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