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뇌종양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했다. WHO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와 암 발생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파장이 예상된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달 31일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나오는 전자파가 뇌종양 발병의 위험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14개국 전문가 31명으로 구성된 IARC 실무그룹은 “매일 평균 30분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한 결과 통화를 자주 하면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 발병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경교종이란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세포에 생긴 종양을 뜻한다.
IARC 실무그룹은 무선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등급)’로 분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ARC는 발암물질을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2B등급은 이 중 세 번째로 높다.
1등급 발암물질로는 담배와 석면이 있다. 2B는 발암 가능 물질로 엔진 배기가스, 납, 마취 성분인 클로로포름, 커피가 포함된다.
IARC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최대 50억 명이 이용하는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어떻게 뇌종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전자파가 인체로 흡수되면 △체온을 올려 신체기능에 이상이 일어나거나 △신경계 호르몬 분비가 교란돼 면역기능이나 신경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추정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린이의 휴대전화 사용. 유럽이나 일본은 전자파가 어린이 건강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한다. 국내에서도 5세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이 20세 성인 흡수율의 1.5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형도 이애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파환경연구팀이 어른과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SAR·생체 조직에 흡수되는 에너지 비율)을 비교한 결과다. 몸집이 작을수록 단위 무게당 전자파 흡수량이 늘어났다.
김윤신 한양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자파의 영향을 분석했더니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뇌를 보호하는 막이 성인보다 얇아 전자파의 직접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최종적인 유해성 분석이 나올 때까지 WHO의 권고를 지키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IARC의 조너선 새멋 실무그룹 의장은 “휴대전화 사용자는 위험 노출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통화보다는 되도록 문자메시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핸즈프리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31일 “조사 결과가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편견과 오류가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삼은 듯하다”고 반발했다. CTIA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휴대전화 사용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유사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휴대전화가 뇌종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2000년대 초부터 여러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영국 국립 암연구기구(ICR)는 “유럽 5개국의 4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휴대전화를 10년간 사용해도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휴대전화 사용은 가능한 한 짧게, 특히 16세 이하 어린이는 두뇌 및 신경계가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필요할 때만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