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부대 내 사망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이번에는 한 전방 사단에서 선임병에게 잦은 지적을 받은 이등병이 경계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5시 20분 경 강원도의 한 GOP 초소 밖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육군 모 사단 소속 최모 이병이 개인화기인 K-2 소총을 자신에게 발사했다.
초소 안에서 동반 근무를 서던 선임병은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 최 이병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약 20분 뒤 대대 군의관이 도착했으나 최 이병은 이미 심장이 정지한 상태였다.
최 이병은 오전 6시 50분 경 헬기 편으로 국군춘천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7시 20분 경 '두부관통총창으로 인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최 이병의 전투복 하의 주머니에서는 '자도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건망증도 점점 심해진다. 정말 이 정도로 내가 병신같을 줄이야. 다들 많이 도와주고 격려해줬는데 되도록 ○소초에 누가 안됐음 싶다. 제일 걸리는 것은 부모님. 이 일은 전부터 많이 생각했던 일이다. 부모님이 눈에 밟혀 실행 못했을 뿐 이젠 그만하고 싶다'라는 유서가 발견됐다.
최 이병은 평소 행동이 느리고 실수가 잦다며 선임병에게 자주 지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이병은 경계근무 중 졸았다는 이유로 선임병들로부터 욕설과 함께 쪼그려 앉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사고 당일에도 복장착용이 늦다는 이유로 선임병에게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 이병의 정강이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군 관계자는 "매우 안타까운 일로 정확한 자살 동기와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히고자 조사를 진행 중"이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이병은 관심사병은 아니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다소 부적절한 언행은 있었으나 병사들 사이에서 용인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심각한 가혹행위나 구타, 따돌리기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정강이에 든 멍도 석연치 않을뿐더러 '이 정도로 내가 병신 같은지 몰랐다'는 말은 사회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라며 "군대가 고인을 자책하게 하고 결국에는 목숨까지 끊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신병이 군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고 도와주는 것이 지휘관이나 선임이 할 일"이라며 "윽박지르거나 가혹행위로 병사를 통제하려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군내 자살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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